사람과 사람

트라우마 치유 힘쓰는 ‘카운슬러 코리아’ 권혜경 박사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11-22 수정일 2022-11-22 발행일 2022-11-27 제 332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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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이기에 상담 문턱 낮췄죠”
트라우마 전문 상담가들과 연대
온라인에서 무료로 상담 진행
무력감과 같은 트라우마 증상
극복 방법으로 ‘행동하기’ 제안

온라인 상담 플랫폼 ‘카운슬러 코리아’를 창립한 권혜경 박사는 이태원 참사로 트라우마 증상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은 누구나 무료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여러분들을 위해 트라우마 전문가인 카운슬러 코리아 상담사들이 함께 연대합니다.”

온라인 상담 플랫폼 ‘카운슬러 코리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나와 있는 문구다. 카운슬러 코리아를 창립한 정신분석가 권혜경(마리아) 박사는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써 젊은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컸다”며 “흔쾌히 연대 의지를 밝힌 상담사들과 무료 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내 심리 치료 전문가들에게 트라우마 치유 상담기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대참사가 일어났는데, 많은 심리 치료 전문가들이 일반 심리상담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피해자들과 유가족, 영향을 받으신 분들을 빠른 시일 내에 돕기 위해 통합적 트라우마 세미나 등을 개최하다 현재의 온라인 상담 서비스까지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생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가는 것이 가톨릭교회 가르침이라는 생각에 더 박차를 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증상 상담도 최대한 절차를 간소화시켜 클릭 몇 번으로 바로 상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권 박사는 트라우마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증상이 가지각색이며 단순한 우울증약으로는 치료하기 어렵고, 전염병처럼 여러 반응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 증상만 해결하려 하면 계속해서 다른 반응으로 옮겨 다닙니다. 상황에 압도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든지, 분노가 폭발한다든지, 쉽게 짜증을 낸다든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특히 이번 이태원 참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무력감을 느낀다”면서 “이러한 경험에 의한 감정은 한 사건에만 반응하지 않고 과거의 비슷한 경험들이 함께 올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력감과 같은 트라우마 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행동하기’를 꼽았다.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주변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등 연대하는 것이다. 또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파란 하늘이라도 쳐다보면서 안전에 대한 신호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특히 가장 쉬운 방법으로 ‘호흡하기’를 추천했다. 권 박사는 “들이마시는 숨보다 내쉬는 숨을 길게 하면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주는 ‘부교감신경’을 작동시킬 수 있다”며 “몸이 편안하게 되면 감정도 편안해지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한 내담자가 온전히 치유되기 위해서는 단지 상담사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와 상담사들도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치유의 여정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