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가난한 이들의 도움 받는 신앙인

입력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8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올해로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면서 이날을 제정한 이후 매년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를 통해 초대 교회가 보여주었던 나눔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교황은 바오로 사도의 요청에 따라 헌금을 모아 나누던 코린토 공동체처럼 오늘날 교회도 그러한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나눔 실천에 지치거나 버거움을 느끼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들도 직시하고, 처음에 가졌던 그 열의를 새롭게 함으로써 ‘자유와 책임, 형제애와 연대의 가치’를 계속해서 지켜가자고 격려한다.

사실 대부분의 신자들은 개인적으로나 공동체를 통해 이미 가난한 이를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난이 우리에게 주는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교황은 ‘우리 삶의 방식과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형태의 가난을 성찰’하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그들을 돕는 ‘복지’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은 몸소 가난해지셨고, 모든 것을 내어놓으신 예수님의 모범을 본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난한 이들은 우리가 신앙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삶을 완성하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관심을 더 쏟아야 하는 다른 일들이 많아서 가난한 이들을 가까이할 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참여하여’ 우리의 신앙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