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이웃을 위한 커피 한 잔 / 염지유 기자

염지유 로사 기자,
입력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8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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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36잔. 지난달 카페에서 마신 커피 잔 수를 스마트폰 앱에서 확인했다. 커피 소비 내역을 보며 편치 않은 마음이 자꾸 고개를 내밀었다. 한센병 환우들이 거주하는 성 라자로 마을 취재를 다녀온 뒤부터였다.

성 라자로 마을은 환우들을 후원하는 회원들의 도움으로 72년째 운영되고 있다. 마을에 사는 이들이 따뜻한 곳에서 아픈 몸을 치유하고,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희망을 지니고 살게 된 것은 후원 회원들의 선의에서 비롯된 나눔 덕분이다.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라자로의날’ 행사에서 마을대표 천철희(라자로)씨는 “은인분들 덕분에 우리는 천국에서 산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한센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내온 많은 회원이 이날 감사장을 받았다. 한 분께 소감을 묻자 “그저 커피 몇 잔 값밖에 되지 않는 적은 돈을 내놓은 것”이라며 부끄러워했다. “그저 커피 몇 잔 값”이라는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너는 이웃을 위해 그 작은 것조차 내놓지 않았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의미 없이 사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이 곳곳에서 모여와 누군가에는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기적을 만들고 있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주위를 둘러보면 온정이 필요한 이웃을 쉽게 만나게 된다. 너무 미약해서 전하기 미안한 도움으로도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늘 이웃을 향해 시선을 두고 애덕을 실천해야 한다. 내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나와 상관없는 듯 보이는 이웃의 어려움에 눈 감지 않았는지 성찰하며, 소외된 이웃에게 내 몫과 내 마음을 기쁘게 내어주는 겨울을 맞이하면 어떨까.

염지유 로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