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군중, 제자, 사도 / 박천조

박천조 그레고리오(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11-01 수정일 2022-11-01 발행일 2022-11-06 제 331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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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정으로 교구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저희 본당 민족화해분과 구성원들은 매월 한 차례씩 진행되고 있던 ‘고양·파주 평화지기 10월 월례미사’에 참례해 보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4명이 참례를 했는데 우리 스스로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에 나왔던 ‘F4’(Flower 4, 꽃미남 4명)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재미있게 미사를 드렸습니다.

주차를 하고 미사가 열리는 성당까지 이동하다 보니 다소 추운 날씨에도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는 타 단체 신자들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신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일 미사는 ‘모든 창조물과의 평화’와 ‘양심’, ‘인간의 존엄성’ 등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자리였습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월례미사를 준비하셨던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이 미사는 ‘평화사도 월례미사’로 진행이 됐는데 ‘평화지기 월례미사’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그 참여 대상이 확대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사도’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미사 이후 제 머릿속에는 예수님을 따르던 성경 속의 여러 인물들이 떠올랐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예수님의 여러 치유와 기적을 보면서 위안 받고 싶어 했던 무수히 많은 군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군중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예수님을 바라보았을 뿐 그 믿음을 받아들인 이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떠오른 건 예수님의 제자들이었습니다. 군중들에 비해 믿음이 컸던 그들이었음에도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해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돌아가시는 결정적 순간에도 자리를 지켰던 제자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나약한 제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예수님 부활 후에 단단해진 사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부활 체험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죽음으로 진리를 전파했던 사도들은 보편교회의 중심이 됐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이익만을 위해 우루루 몰려다니기만 하는 군중들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주님 곁을 떠나버린 제자들이 아니라, 부활 체험으로 강인해진 사도들처럼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스스로에게 자문해 봅니다. “그레고리오야, 너는 군중이 될래, 제자가 될래, 아니면 사도가 될래?”

박천조 그레고리오(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