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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다른 결과를 위한 선택 / 강주석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2-10-12 수정일 2022-10-12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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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지난달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작전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핵 선제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응해서 한미는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는데,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지’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강조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 억제력은 ‘핵우산’(nuclear umbrella)과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핵우산이 포괄적이고 정치적 개념이라면 확장억지는 이를 보다 군사 전략적 차원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미국의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같은 전력으로 응징하고 타격한다는 개념이다. 한반도에서 ‘확장억지’ 개념은 지난 2006년부터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할 수 없는 한미 당국은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9월 23일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호)이 부산에 입항한 이후 일주일 사이에 북한은 네 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시험은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풀이되는데,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로 항공모함을 한국에 보냈을 때는 북한이 군사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려되는 것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작은 ‘오해’도 비극적인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그 우발적 충돌이 핵무기 사용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까지 번질 수 있게 됐다.

미국 가톨릭대학교(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 매리앤 쿠시마노 러브 교수는 2022년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을 위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사의 의미가 “평화를 위한 선택권을 넓히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러브 교수는 그동안 대북정책에 대해서 충분한 숙고가 부족했으며, 군사 옵션과 경제제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국제관계와 피스빌딩(평화 건축) 전문가로서 미국 주교회의 자문위원인 그의 주장처럼, 변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이제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