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어떤 내용 토론했나

미국 워싱턴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10-11 수정일 2022-10-12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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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력 공식화 우려… 평화 지속 위한 기도와 연대 강조
한미 주교들, 기도 중요성 강조
한국교회의 인도적 지원 노력
미국교회가 적극지지 나서야

10월 5일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이 10월 5일과 6일 양일간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열렸다. 포럼에서는 한미 양국 주교들과 한미일 북한 관련 전문 학자들을 비롯해 한미 정부 측 인사까지 한자리에 모여 북한에 대한 깊은 불신을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발제자들은 북한의 핵 문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장 큰 난국이라는 데 동의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 과정에서는 차이를 보이면서도 북한과의 교류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는 데에는 입을 모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일 전문가들의 토론 현장을 살펴본다.

■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우려

참가자들은 북한이 6번의 핵실험을 강행한 점을 지적하면서 7차 핵실험이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지난 9월 8일 북한이 핵무력을 국방의 한 요소로 공식화하고 북한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을 발표한 점도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군축협회 대릴 킴벨 상임이사는 “법제화된 핵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북한의 핵 능력을 고려할 때 어떤 준비와 대응에 나서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스콧 워커 한국과 과장도 북한이 10월 4일에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통과하는 최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무분별하고 위험한 발사’라고 비난한 미 국무부 장관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고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의향이 있지만, 북한은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측 정부 관계자인 통일부 구병삼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 역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핵개발을 지속하면서 정권의 생존을 모색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호혜적 남북관계 발전,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이라는 현 정부의 통일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박태균(가브리엘)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남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했다.

■ 창의적 해법의 필요성

참가자들은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한 사례를 공유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 했다. 하지만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 예상보다 훨씬 참혹했기 때문에 감행하지 않았다. 북한을 봉쇄하고 경제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현재 더 이상 경제 제재할 품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에 놓였고, 그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협상을 통한 외교적 방법 역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방치되고 있다.

이에 참가자들은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머리를 맞댔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현재 감성 정치에 호소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거기에 함께 눈물 흘리며 공동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전하면서, “대북제재 등의 압박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앤드류 여 교수는 20년 이상 바뀌지 않은 미국 관료들의 상황을 꼬집으며 “‘전략적 인내’라는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평화연구소 프랭크 엄 박사는 한발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화해의 노력은 강대국이 먼저 받아들여야만 시작된다”며 미국의 전략자산 중단,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해제, 코로나19 백신과 인도적 지원, 합동군사훈련 규모 축소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외교 차원도 중요하게 다뤘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교수 데니스 맥나마라 신부는 “대북 관련 정책은 이번 포럼처럼 지식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국제적 지식 네트워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량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상으로 참여한 나카가와 마사하루 일본 중의원 역시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민간단체와 민간 외교원들의 역할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백장현(대건 안드레아) 연구위원은 특히 가톨릭교회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나서서 해결하도록 압박하는 국제 여론이 필요하다”며 “이 자리에 모인 한국과 미국,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 신앙적 노력

무엇보다 한미 주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의 중요성과 신앙 안에서의 연대를 강조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는 성직자가 없는 침묵의 교회인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오후 9시가 되면 전국의 신자들이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신앙적 열정도 전했다. 이 주교는 평화교육과 타 종교와 연대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특히 평화의 사도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염원하며 신앙이 지닌 연대의 힘을 호소했다.

미국 군종교구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 역시 “지속적인 평화는 오직 기도의 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이는 희망의 무기이지 결코 감상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브롤리오 대주교는 2018년 당시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한국을 연대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한반도 분쟁 해결을 위한 한국교회의 갈망을 미국과 주변국 주교들에게 나누고 미국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이사회에도 서신으로 전달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반도의 위기는 군사적 수단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북한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도적 지원과 대화의 창을 여는 데 미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10월 6일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에서 한미 학자들이 라운드테이블 토론을 펼치고 있다.

QR에 접속하면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