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20)신다윈주의는 과연 완벽한 진화론인가?②

김도현 바오로 신부(전 서강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10-11 수정일 2022-10-11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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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속도를 가늠할 ‘중간 화석’ 기록이 충분하지 않다
아직은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해
아무도 확실한 대답 못하는 상황

시조새 화석. 중간 화석은 대진화의 중간 과정을 설명하는 멸종 생명체 종의 화석을 말하며, 시조새의 화석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현재까지 총 12개의 시조새 화석이 발견됐다. 김도현 신부 제공

저는 지난 글을 통해 대진화와 관련해서 진화론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아직까지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1. 진화는 진보와 동일한 개념인가?

2. 진화의 속도는 점진적인 것인가 아니면 급격한 것인가?

3. 진화 메커니즘과 생명 현상은 분자생물학의 대상인 유전자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는가?

4. 생물의 형질은 자연선택과 얼마나 관련이 되어 있는가?

5. 개미나 벌 등에서 보이는 협동이라는 현상은 진화의 결과인가?

6. 신다윈주의만이 성공한 진화 이론인가?

이제 두 번째 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계통 점진주의’(phyletic gradualism)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정설로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계통 점진주의는 종의 진화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으로서 찰스 다윈 이래로 리처드 도킨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진화론자들이 지지해왔습니다.

다윈이 살아생전에 진화와 관련해 해결하지 못한 여러 문제들 중 하나는 진화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화석기록의 불충분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화석기록이 진화의 매 단계마다 충분히 남아 있다면 이를 연대별로 배열했을 때 급격한 변화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죠. 하지만 현실은 다윈 본인이 이미 걱정한 바와 같이, 한 종으로부터 다른 종으로의 진화를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근거로서 받아들여지는 ‘중간 화석’(intermediate fossil; ‘missing link’라고도 불립니다)이 기대만큼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간 화석’은 대진화의 중간 과정을 설명하는 (현재는 멸종된) 생명체 종의 화석을 말하며, 시조새(Archaeopteryx)의 화석들이 그 대표적인 예로서 흔히 언급되고 있습니다.(지금까지 총 12개의 시조새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간 화석은 대진화 과정을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진화를 옹호하는 학자들과 대진화를 비판하는 이들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죠. 그래서 이 중간 화석의 발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소위 창조과학 추종자들이 대진화를 공격할 때 항상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창조과학 추종자들의 이러한 공격에 대해 대진화 지지자들은 한 종으로부터 새로운 종으로의 전이가 작은 집단 안에서, 좁은 장소에서, 그리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나기 때문에 중간 화석을 발견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 중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 호미니드 화석들.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그리고 더 나아가 계통 점진주의의 강력한 옹호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미국의 한 여성 창조론자와의 대화를 인용하면서,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Smithsonian Natural History Museum)에 보관 중인 호미니드(hominid) 화석들에 이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고생 인류(archaic Homo sapiens) 및 현생 인류(modern Homo sapiens) 등의 중간 화석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중간 화석들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또 다른 중간 화석들도 현재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어서 그는 대진화 반대론자들이 “화석이 없군요, 증거를 보여주세요, 화석이 없군요…”를 무한 반복하면서 중간 화석을 제시하면 또다시 그 중간 화석과 다음 진화 상태 사이의 또 다른 중간 화석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고 하면서 그들을 비난합니다.

사실 고생물학, 천문학 등의 학문은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빠른 시일 내에 축적할 수 있는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몇 개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관측/관찰을 해야 합니다. 특히 고생물학의 경우는 땅을 파서 특정한 모양의 화석들을 발굴해야만 과학적인 주장이 성립될 수 있는데, 동일하거나 적어도 유사한 화석을 여러 개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이러한 화석들이 오랜 기간 땅에 묻혀 있는 동안 변형이나 소실이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중간 화석의 개수 부족 문제는 고생물학의 학문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로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이러한 계통 점진주의를 반박하기 위해,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72년 닐 엘드리지(Niles Eldridge·1943~)와 함께 ‘단속 평형 이론’(Theory of Punctuated equilibrium)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들은 화석상의 기록이 불연속적인 이유가 실제로 불연속적인 변화들이 진화를 이끌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진화는 점진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대신 일정한 정체기를 지나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인 단속 평형 이론을 발표한 것입니다. 따라서 단속 평형 이론은 진화의 속도가 시기에 따라서 극단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럼 계통 점진주의와 단속 평형 이론 중에 어느 이론이 더 올바른 이론일까요? 아직 아무도 확실하게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지는 못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전 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