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묵주기도 성월에 만난 사람] 묵주기도 책 「엔테오스」 펴낸 박비오 신부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09-28 수정일 2022-09-28 발행일 2022-10-02 제 331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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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시죠? 묵주 쥐면 이겨낼 수 있어요”

각 단마다 지향 넣는 기도방법 추천
가장 손쉬운 묵주기도로 기쁨 얻길

묵주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바칠 수 있고,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바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기도다.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일생을 묵상하는 기도이기에 신자들 삶에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묵주기도를 바치다 보면 자칫 횟수에 연연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분심에 빠지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바칠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묵주기도를 중요하지 않게 여기도록 만들 수도 있다.

대구 효성초등학교 교장 박비오(비오) 신부는 “기도는 우리 영혼의 숨결과 같다”면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로서 기도를 말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묵주기도를 권한다.

“신앙인은 매일, 매 순간 기도하지 않으면 신앙인으로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지혜에 더욱 깊이 침잠하기 위해서는 매일 묵주기도를 정성 들여 바치는 것이 좋습니다.”

박 신부는 특히 묵주기도의 각 단마다 지향을 넣으며 기도할 것을 권한다. 각자 처한 상태에 따라 빠져드는 신비가 매번 달라진다는 것이 박 신부의 설명이다. 박 신부는 여기에서 “각 신비가 서로 연결되며 단 하나의 지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단 하나의 지향’은 성모송에서 드러난다.

“성모송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계시고, 그분과 함께 호흡하는 일이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복임을 고백하는 기도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라는 기도문은 성모님께서 ‘모든 복을 누리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그 복은 다름 아닌 ‘임마누엘’입니다.”

결론적으로 “성모님처럼 의지적으로 하느님 안에 머무름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신부가 강조하는 묵주기도의 기쁨이다. 묵주기도를 통해 우리는 얼마든지 시련 한가운데서도 기쁨과 희망을 간직하며 ‘그리스도의 평화’(요한 14,27)를 누릴 수 있다고 박 신부는 강조한다.

박 신부는 마라톤 중 바친 묵주기도에서 이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장시간 마라톤을 하면서 묵주기도를 바친 박 신부는 그야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에 쑥쑥 들어가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달리기를 멈추고 휴대전화에 그 체험을 기록하곤 했다. 그런 일이 점점 더 잦아지면서 박 신부는 “묵주기도의 은총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다”면서 책으로 그 경험을 남겼다.

지난 5월 박 신부가 펴낸 「엔테오스」(156쪽/1만2000원/기쁜소식)는 묵주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엔테오스’는 그리스어로 ‘하느님 안에’라는 뜻이다. 책에는 각 단마다 담겨 있는 지향에 따라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가 정리돼 있다. 책 절반이 미주(尾註·문서 마지막에 몰아서 주석을 다는 방식)인 점은 독특하다. 미주에는 기도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단마다 할 수 있는 묵상거리를 설명해 놓았다.

박 신부는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더 많은 신자들이 묵주를 붙들고 험난한 세상을 이겨나가길 바란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얼굴을 맞대며 살아가기 위해 거창한 강연이나 체험이 뒤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묵주기도 안에서 엄청난 영적 활력을 얻으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