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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수명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8-23 수정일 2022-08-23 발행일 2022-08-28 제 330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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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잘 관리해 오래 사용하듯
몸·마음도 관리 잘하며 돌봐야
특히 약한 것이 사람의 마음
욱 하면 쉽게 소모되고 무너져

물건에는 사용기간이 있습니다. 물건의 수명이지요. 물건을 오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아껴 쓰고 잘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아주 오래된 차를 가진 분들을 보면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심지어 차에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조차 있습니다. 이 정도로 해야 오래 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을 함부로 쓴 사람들은 수명이 짧습니다. 몸에 해로운 것들을 몸이 싫어하건 말건 쏟아 부은 사람들은 병이란 대가를 치르고 심지어 일찍 죽기도 합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를 잘 해온 사람들, 자기 몸을 늘 잘 챙기고 점검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오랜 수명을 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몸의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마음도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음은 손에 잡히지도, 몸처럼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저 마음 아프다는 정도로 치부할 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특히 종교인들은 마음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서 학대하기조차 하는 무지를 범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 합니다. 하느님의 뜻, 믿음, 희생 등등의 명분으로 자기 마음을 노예처럼 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종교마다 마음 챙김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는데, 역설적으로 그 방법들이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 마음에 심한 압박감을 주고 심리적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해서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마음을 잘 모르는 종교인들이 마음 챙김 한답시고 마음을 ‘아작’을 내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어린아이 같습니다. 약하디 약한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따라서 마음은 어린아이들처럼 대해줘야 합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 중 어린아이처럼 사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며 잘 웃으시고 식사도 잘하시고 대화도 잘하시는 분들, 마음 관리를 잘하신 분들이십니다.

반면 종교인의 복장은 했는데 웃음기 없이 온갖 인상을 다 쓰고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오래 못 살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몸의 기운이 한정량이 있는 것처럼 마음도 그 힘이 한정돼있습니다. 이런 마음의 힘은 잘 웃고 즐거운 생활을 하면 힘이 넘치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신경질 내고 욱하고 하면 그 힘이 소모가 되고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마음이나 몸이나 나이 들수록 잘 챙겨야 하는 것입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