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 / 이미영

이미영 발비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2-08-16 수정일 2022-08-16 발행일 2022-08-21 제 330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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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성당에서 미사나 모임이 한결 자유로워졌지만, 본당은 예전처럼 활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미사 때 옆 사람과 거리를 두고 떼어 앉도록 붙여두었던 스티커는 사라졌어도 그 빈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주일미사가 끝나면 서둘러 뿔뿔이 흩어지기 바쁘니 주말이어도 성당 안팎이 고요할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신자들이 교회에서 이탈하고 종교에 무관심해지는 탈교회, 탈종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합니다. 감염 걱정이나 건강상의 우려 때문에 잠시 신앙생활을 멈춘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에서 종교적 관심과 추구 자체가 사라지는 경향성이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어떻게 사는 게 참다운 삶인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 등등 삶의 근원적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해답을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에서 찾으려는 갈망 자체가 이제 우리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질문 대신 지금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심과 갈망은 무엇일까요?

최근 개신교 쪽에서 교회를 떠났거나 떠나려 하는 사람들 8명을 심층 인터뷰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나왔길래, 흥미롭게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이전에 목사였던 이들도 있고, 목회자의 아내나 자녀, 선교단체 간사 출신 등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이들임에도 지금은 교회를 떠나 무신론자가 되었거나 여전히 하느님은 믿어도 교회공동체에는 더 머물고 싶어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나 과정은 저마다 다양하지만, 이들은 각 개인이 신앙심이 부족하거나 평소 신앙생활을 습관적·형식적으로 하다가 교회를 떠나게 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삶에서 신앙생활이 아주 중요하고 복음적 삶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너무나도 깊었던 이들이었는데, 교회공동체가 그 의미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에 실망해서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신앙생활이 삶에 자유와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의무와 죄책감으로 옭아매는 현실, 편협하고 왜곡되게 해석한 성경과 교리를 근거로 세상과 담을 쌓고 차별과 혐오를 서슴지 않는 모습, 교회에 열심히 다닐수록 성숙하고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할망정 비신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배타적이고 무례하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교회공동체 안에서도 미움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이들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이런 교회에 하느님이 계실까? 이런 교회가 가르치고 선포하는 게 정말 참된 신앙적 삶이고 참된 복음일까?”

교회를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는 거꾸로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교회는 정말로 하느님의 사랑이 체험되고 선포되는 곳인가?”라고 질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사실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짐작하게 하지만, 이것이 비단 개신교회만의 상황으로 여겨지진 않습니다.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주일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이 세례받은 신자 중 8.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납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주일미사 참여율이 20% 남짓이었으니, 세례를 받았어도 성당에 나오지 않는 신자가 한국천주교회에도 10명 중 8~9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왜 교회를 떠났거나 쉬고 있을까요? 우리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교회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영 발비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