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16) 광주가톨릭박물관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입력일 2022-08-16 수정일 2022-08-17 발행일 2022-08-21 제 330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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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청 부지에 개관… 교구청과 공원으로 확장되는 역사 보관소
2020년 완공하고 올 3월 개관
신자들이 봉헌한 다양한 유물과
교회사 보여주는 전시물도 가득

광주가톨릭박물관과 비움의 십자가 모습.

예로부터 광주에는 예술을 사랑하고 만드는 사람이 많아서 이곳을 예향(藝鄕)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뜻깊은 광주에 새로운 교회 박물관이 들어섰다. 올해 3월 문을 연 광주가톨릭박물관은 교구에서 만들어 개관한 전문 박물관이라 큰 주목을 받는다. 전남 지역의 복음화 역사를 되돌아보고,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광주가톨릭박물관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뜻이 하나로 모아져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교회 박물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와 이에 공감한 신자들이 한 마음으로 소중한 유물을 봉헌했다. 교구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유물을 전시할 수 있도록 새 박물관을 지어 기증한 최상준(다니엘) 회장의 정성도 돋보인다.

현재 광주가톨릭박물관이 있는 자리는 사제성소의 요람인 대건신학대학(1962년 설립, 현 광주가톨릭대학교 전신)이 있던 곳이다. 신학교를 나주로 이전한 후에 2006년부터 옛 학사를 교구청으로 사용하면서 정문과 가까운 곳에 박물관을 신축했다. 박물관과 교구청이 같은 공간에 있어서 주차장이나 정원뿐 아니라, 교회 기관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2020년 말에 가톨릭박물관을 완공하여 축복식을 거행했으며, 정식 개관을 앞두고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전시를 하였다. 원래 순교 성인화는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제작한 것으로 서울 명동대성당 지하 광장의 갤러리 1898에서 특별전을 하였다. 그리고 광주가톨릭박물관에서 첫 순회 전시를 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광주가톨릭박물관 외부전경.

현재 박물관에서는 ‘이 땅에 빛을’ 주제로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이 주제는 1984년에 개최한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에서 따온 것이다. 광주대교구에서 보관 중이던 신앙 유물과 신자들의 기증 유물로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을 꾸몄다. 한국천주교회사와 광주대교구사, 1933년에 진출하여 선교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이하 골롬반회)의 유물, 6·25전쟁의 순교 사제들, 1984년 5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했을 때(광주와 소록도 방문) 입었던 제의와 유물을 볼 수 있다. 또한 광주 지역과 여러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도 전시 중이다.

박물관 입구 전시실에는 이스라엘 사해 근처 꿈란(Qumran) 공동체에서 발굴한 토기(기원전 1세기 말 제작 추정) 세 점이 있고, 가난한 과부의 헌금(마르 12,41~44; 루카 21,1~4)에 나오는 동전 렙톤(Lepton) 등도 있다.

전시품 중 낡은 가방들은 골롬반회 선교사들이 가져온 것이다. 1933년 10월 골롬반회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맥폴린 신부(O. Mcpolin, 1889~1963)를 포함한 10명의 회원을 파견하였다. 이어서 광주교구장 현 하롤드 대주교(Harold Herry, 1909~1976)의 요청에 의해서 1955년에 4명의 성 골롬반 수녀회 수녀들이 목포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들이 갖고 온 가방 안에는 가난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돌보기 위한 물품과 의약품 그리고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광주가톨릭박물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교구청 건물과 공원으로 공간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넓은 느낌이 든다. 박물관 바로 곁에는 거대한 ‘비움의 십자가’(이춘만 작, 2016년, 가로12m, 높이 8m)가 있다. 광주대교구 설정 80주년(1937~2017) 기념사업의 하나로 제작한 ‘비움의 십자가’는 교구청의 랜드마크로 불린다. 24점의 금산석 조각을 모아 4개의 큰 형체를 만들었고, 그 사이의 빈 공간에 3개의 십자가가 드러난다. ‘비움의 십자가’에는 한국천주교회사와 광주교구사와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억해야 할 사건이 새겨져 있다.

선교 초기 박해와 순교 모습, 6·25전쟁 때 피랍돼 생명을 잃은 순교자 안 파트리치오 몬시뇰(Msgr. Patrick Brennan, 1901~1950), 고 토마스 신부(Thomas Cusack, 1910~1950), 오 요한 신부(John O’Brien, 1918~1950), 6·25전쟁, 5·18 민주화 운동, 4·16 세월호 참사 등을 작품에 담았다. 뒷면에는 ‘그리스도의 소통’을 비롯한 14점 드로잉이 음각으로 새겨졌다. ‘비움의 십자가’는 광주대교구 경제인회 회원들이 정성을 모아 봉헌해 더욱 뜻깊다.

광주가톨릭박물관 전시실 내부.

광주가톨릭박물관 옆의 교구청 본관에도 여러 교회 미술품이 있다. 그 가운데는 서울 세종로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1968년)을 조각한 김세중 작가(프란치스코, 1928~1986)의 ‘예수상’(1984년)과 ‘은혜의 성모자상’(1983년)이 있다.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광주가톨릭박물관과 교구청과의 유대 관계를 잘 보여준다. 교구청에 있는 ‘현 갤러리’도 박물관과 연계해서 전시를 하는데 광주대교구장으로서 교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현 하롤드 대주교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이외에도 광주대교구청은 (구)대건신학대학을 보수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옛 신학교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강의실과 침실, 성당과 부속 건물, 정원을 둘러보면 사제가 되기 위해 오랫동안 공부하며 기도하던 신학생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하다. 광주가톨릭박물관뿐 아니라 넓게는 교구청 건물과 야외 공원 전체가 교회의 소중한 박물관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여러 교구나 수도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순교자 현양관이나 여러 기념관을 만들어 신앙 선조와 순교자들을 기리며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 전문성을 갖춘 교구 박물관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본당이나 교구, 수도원이나 단체에서 교회 박물관을 만들어 지난 역사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연구하고 전시할 필요가 있다. 참으로 값진 신앙의 유산도 제대로 모아 관리하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 광주가톨릭박물관

주소: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대로 980

전화: 062-380-2295/2296

개관: 월~금 오전 10시~오후 5시

(점심시간 12:30~13:30)

휴관: 매주 토·일·공휴일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