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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주권국가의 안보 / 강주석 베드로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2-08-10 수정일 2022-08-10 발행일 2022-08-14 제 330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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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익단체 집회에서는 자주 미국의 국기가 등장한다. 얼마 전 ‘퀴어축제’ 반대 집회에서도 성조기가 보였는데, 일부 보수단체 사람들이 뜬금없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미국 국기를 들고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또 다른 보수단체 회원들은 한미동맹의 핵심 고리인 주한 미국대사를 반대하는 피켓을 손에 들었다. 최근 새로 부임한 미국대사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이었다. 뉴스를 찾아보니 골드버그 대사의 부임 전에도 그의 임명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었다. 한 보수단체 대표는 집회에서 “미국과 친하고 미국과 우리는 의리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동성 간 성 행위자를 주한 미국대사로 보내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발언했다.

1966년 8월 주한 미국대사는 다음과 같은 전문(電文)을 국무부에 보냈다. “우리는 한국인들과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아니고선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한국의 군대가 움직이도록 하며 모든 중요한 경제적 결정에 참여한다. 경제기획원 중앙의 은밀한 곳에는 항상 미국인들이 있다. 각 지역 도지사들에게는 미국의 자문관이 배치된다. 우리는 유별난 정보 연계를 맺으며 미군은 항상 한국의 국방비를 검토한다…. 문제는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가까우면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두 주권국가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좀 더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박태균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중)

정부가 수립됐던 1948년 8월, 그리고 군부독재 시대인 1966년 8월에 비해서 2022년 8월의 대한민국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는 경제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대중문화도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비정상적으로’ 가까웠던 한미관계가 얼마나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해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 안보의 최종 책임자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주한미군사령관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북한에 핵무기가 없었을 때도 안보 때문에 온전한 주권국가가 될 수 없었다면, 해결되기 어려운 북핵문제, 가속화되고 있는 ‘신냉전’의 대립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독립’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정상국가를 원한다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