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탈핵이 전기료 인상 주범?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7-12 수정일 2022-07-12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국제 연료비 상승이 진짜 원인… 탈핵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새 정부, 핵발전 확대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축소
석탄·유류 등 국제 가격 상승
전기요금 실질적인 인상 원인

2018년 7월 26일 종교환경회의의 탈핵순례 참가단이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새 정부가 대선 당시부터 표방한 탈핵발전 에너지 정책 완전 폐기를 공식화했다.

정부는 7월 5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의결, 핵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골자로 하는 전 정부의 탈핵발전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2030년까지 핵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 새 정부 에너지 정책 확정

정부는 현재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빠르면 내년 3분기(7~9월)에 재개하되 이와 관련한 추가 공론화 절차는 생략한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달성 목표는 유지하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춘다.

또한 가동 허가기간이 종료된 노후 핵발전소도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계속 가동을 추진한다.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 4기 중 신한울 1호기는 올 하반기, 신한울 2호기는 내년 하반기,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2024년과 2025년 상반기에 준공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30년 가동되는 핵발전소는 이전 정부가 추진한 18기에서 28기로 무려 10기가 늘어난다.

정부의 탈핵발전 폐기 에너지 정책의 골자는 국가 에너지 정책 방향에 핵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전 정부의 무모한 탈핵발전 정책이 국가 에너지 산업의 위기를 초래했고,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핵발전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 탈핵발전은 바보 같은 짓?

정부의 탈핵발전에 대한 비판은 연이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2일 핵발전산업 협력업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핵발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핵발전’을 ‘바보 같은 짓’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공언한 탈핵발전 정책 폐기 기조를 명확히 했고, 이전 정부 때 공사를 중단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도 거듭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동행한 정부 관료들에게 핵발전업계를 살리기 위해서 안전을 포기하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여기 핵발전업계는 전시”라며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조는 국가 경제를 위해 탈핵발전과 같은 ‘바보 같은 짓’을 완전 폐기해야 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6월 23일 성명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한 나라의 대통령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며 “대통령은 부적절한 발언을 취소하고 핵발전 안전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 전기료 인상이 탈핵발전 탓?

정부는 특히 탈핵발전 정책이 전기료 인상 압박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즉, 최근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졸속 탈핵발전 정책이 야기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도 새 정부의 탈핵발전 정책 폐기 및 전기요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많은 보도를 하면서, 대부분 정부 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6월 22~29일 10개 종합 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의 관련 보도를 전수 분석한 결과, 대부분 언론이 탈핵발전 정책이 한국전력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이들 보도들은 ‘자해극’, ‘미친 짓’, ‘망국적 범죄’ 등 선정적 발언을 동원해 탈핵발전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들과는 달리 환경단체들과 전문가, 일부 언론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의 근본 요인이 탈핵발전이라기보다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있다고 지적한다. 석탄과 LNG, 유류의 국제적인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 국제적 연료비 상승이 원인

전 정부가 탈핵발전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전 정부 임기 내내 오히려 국내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력거래량 중 핵발전 비중은 28.0%로,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7.1%보다 높다. 핵발전 비중은 2018년 23.7%로 잠시 낮아졌지만 이후 매년 늘어나 2020년에는 29.6%까지 증가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핵발전 정책이 실제로는 핵발전을 통한 전력량 생산을 전혀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새 정부와 대다수 언론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바보 같은 탈핵발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료 인상이 빚어졌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핵산업계의 경제적 성장과 이윤 추구를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