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잠시 짐을 맡기고 그분께로 / 신현욱

신현욱 비오,제2대리구 대학동본당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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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교를 다닐 적에 ‘미션’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당시 아직 어려서 문화 활동을 혼자 할 수 없던 터라 주일학교 선생님 댁에서 영화를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대표 주제곡과 함께 주인공이 폭포 계곡을 주렁주렁 짐을 메고 올라가는 장면이 앞부분에 나왔습니다. 주제곡 선율 속에 깊은 인상이 남았고 나중에도 생각나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저 사람은 힘든 길을 가면서 무얼 저리 달고 가나?” 그랬던 거 같아요.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비슷한 질문을 뜻밖의 장소에서 들었고, 그 영화 장면이랑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지내는 수녀님께서 소임을 맡으신 본당에 인사차 방문했다가 그곳 보좌신부님으로부터 “형제님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은 뭐지요?”라는 질문을 받고 난처했던 적이 있습니다. 실은 제가 들고 다니는 작은 손가방에는 차 열쇠 등 이것저것 치렁치렁 많이도 달려 있었습니다.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소용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신부님 눈에는 달리 보이셨던 모양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상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짐들을 지니고 살아가잖아요. 그것 중에는 힘들고 무거워서 벗어버리고 싶은 것들도 있고, 꼭 가지고 가고 싶어하는 것들도 있을 거예요. 지나고 보면 힘들어도 끝까지 메고 갈 수 있다고 다짐들을 하면서 참 열심히들 메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힘겹다고 느낄 때는 ‘적당히 벗어두고 좀 더 가볍게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끝까지 못 버티고 괜히 버려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면서 되돌아보고 미련도 가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작 필요해서 챙겨야 할 것은 오히려 버려두고 있으면서 말이지요. 여러분 삶에 겸손하고도 진실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힘겨움 속에서 소중한 것을 더욱 잘 발견할 수 있을텐데요. 이냐시오 성인께서는 이렇게 고백하십니다. “저의 유일한 소망이자 겸손되이 간절히 바라는 오직 한 가지는 주님만을 사랑하는 은총입니다. 그 이상의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가면서 항시 위험하다고 느끼고 자기 삶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당황하고 무서워서 이것저것 내팽개쳐버린 짐들 속에 한참을 지나서라도 다시 찾고 싶은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요. 함께 모여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기에는 제약도 많았고 신앙생활에 대한 갈망도 더할 수도 있고요. 다행히 비교적 안전하게 팬데믹을 지내왔고 몸에 큰 이상이 없으시다면 순간순간 두려워했고 놀랐을 영혼을 돌아보며 챙길 여유가 조금은 생기실 듯합니다.

일상 중에 사람이 그리웠다면 친구들을 만나실 테고 자유가 그리우셨다면 여행을 하실 수도 있으시겠습니다. 걱정하고 불안해했던 우리의 영혼들을 위로해주시려 주님께서는 언제나 그분의 성사 안에 계시고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잠시 짐을 맡겨두시고 그분을 뵈러 가십시다.

신현욱 비오,제2대리구 대학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