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경제 마인드 공부-세금 / 이정철 바오로 신부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세금은 왕이나 정부의 권력이자 지배력이다. 과거 영국엔 벽난로 개수 당 세금을 납부하는 ‘난로세’가 있었다. 또 ‘창문세’라는 것도 있었는데 집에 창문이 몇 개인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세금 중 하나인 ‘인두세’는 성별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머릿수에 맞추어 일률적으로 세금을 걷는 방식이다. 선진국에선 대부분 폐지되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주민세’ 형태로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일본, 호주, 핀란드 등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구간별로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다. 그러나 최고 세율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45%로 OECD 회원국 중 7위다. 여기에 지방세를 포함하면 49.5%로 북유럽 3국(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을 추월한다.

그렇다면 상속세율은 어떨까? 상속세율도 마찬가지로 구간별로 보면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다. 하지만 상속세 역시 최고 세율은 OECD 회원국 중 2위인 50%다. 여기에 최대 주주 주식 할증까지 하면 60%까지 올라간다. 1위인 일본은 55%인데 ‘유산 취득세’ 방식이어서 ‘유산세’ 방식인 우리와 다른 세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면 같은 금액을 상속으로 남겼을 때 우리나라는 여러 자녀가 나눠 받아도 남긴 전체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만 일본은 나눠 받는 금액으로 세금을 매기기에 우리보다 상속세가 낮은 셈이다. 어찌 보면 유산을 받아서 내는 의미의 ‘유산 취득세’ 방식과 달리 ‘유산세’ 방식은 그저 ‘죽음에 대한 세금’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상속세를 흔히 ‘동등한 출발선을 위한 정의로운 세금’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출발선은 지능, 외모, 재능 등 상속 재산이 아니어도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물려받아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서도록 한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세금은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생산업이 아닌 군인이나 관료, 지도자 등의 생활 유지를 위해 바치던 것이 그 시작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금 혜택은 세금을 내지 않는 37%의 하위 소득자들이 받고 있다. 가장 많이 제공한 사람은 전체 세금의 65%를 낸 소득 상위 5%의 사람들이다. 사실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은 고마운 것이고 받는 것보다 내는 것이 더 많은 사람도 그들의 재산을 지키고 늘리기 위한 국방, 외교, 치안, 복지 등 사회 안전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한국교회에는 세금처럼 보이는 교무금이 있는데 사실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문화다. 조선 초기 교회 때 자발적으로 낸 헌금이 1931년 ‘전 조선지역 시노드’를 통해 교무금으로 정착되었다. 유럽에서 세금처럼 걷고 있는 종교세와는 달리 교무금은 강제권이 없는 기부금 형태이다. 자발적인 면이 더 강하기 때문에 교무금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봉헌이며 신앙적으로도 승화적 행위가 된다.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