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루카 19,9) / 박예진

박예진 안젤라 명예기자
입력일 2022-06-22 수정일 2022-06-22 발행일 2022-06-26 제 330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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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고 향긋한 풍미를 내뿜는 작은 장미정원. 귓가를 간지럽히는 산새들의 노래로 아침을 맞이하는 산 아래. 소담하고 고즈넉한 마을풍경이 보이는 거실 창. 달빛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잠자리.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평화로운 전원생활. 바로 하느님께서 지어주신 우리 집 이야기다.

친정 부모님은 결혼하고 35년을 세입자로 사셨다. 열심히 진실하게 사셨지만, 세상에서의 경제적인 소유는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하지만 신앙의 부는 차곡차곡 쌓으며 살아오셨다. 부모님은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쁘레시디움부터 꼬미시움까지 레지오마리애 활동, 꾸르실료와 울뜨레야, 성가대와 해설 같은 전례봉사와 구역활동 등 본당 활동까지…. 할 수 있는 신앙 활동은 꾸준히 하셨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본 부모님의 모습은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한 기억이 많이 차지한다. 사실 그땐 교회 활동을 뭘 저렇게까지 하시나 하는 얕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 생활도 빠듯한데, 한 푼이라도 더 열심히 모아야 하는 시간에 영리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의 신앙생활은 하늘나라 곳간을 두둑이 채우는 가장 현명한 영리활동이었다.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은 그런 생각을 더 확고하게 했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던 일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게 됐다. 그러던 와중에 친정아버지가 죽마고우 친구로부터 좋은 값으로 땅을 받게 됐다. “우리 집을 지어 같이 살자!” 친정 부모님과 우리 가족이 함께 사는 전원주택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부모님은 집을 짓기 전 집터 한가운데 기적의 패를 땅에 심고 성수를 뿌리며 기도하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도우심이 이어졌다. 때마침 집 짓는 사업을 하고 계신 큰아버지께서 흔쾌히 도움을 주셨다. 자잿값이 고공행진하는 와중에 지인의 도움으로 자재를 제공받기도 했다. 집 짓는 과정은 정말 희한하게도 큰 어려움 없이 자연스레 진행됐다. 심지어 공사하기 좋은 날씨까지 주어졌다.

시작과 끝까지, 집 짓는 과정은 하느님께서 함께하셨기에 가능했다. 우리 가족은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기적의 선물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오직 우리 가족의 힘으로, 능력으로만 집을 지어야 했다면 큰 빚을 지거나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물질적인 집이 신앙인의 삶의 목표이거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러나 이 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평생을 하느님께 봉사하며 사신 부모님에게, 하느님께서 남은 지상의 삶을 이곳에서 더욱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라는 뜻으로 미리 보너스로 주신 선물이 아닐까.

6월 4일 사제와 신자 40여 명을 초대해 집 축복을 받고 있는 모습.

박예진 안젤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