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중)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6-21 수정일 2022-06-21 발행일 2022-06-26 제 330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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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어르신들 사랑으로 섬겨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하고 있는 수녀들의 모습.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제공

설립자 쟌 쥬강 성인은 가난한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환대의 기쁨 안에서 영적 단순함으로 헌신한 성인의 영성은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라는 수도회 이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

수도회의 영성은 곧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참된 행복의 복음 정신이기도 하다. 가난한 이들에게 작은 자매가 돼주는 수도회의 영성은 회원들이 누구를 위해 봉헌됐는지를 일깨워준다. 수도회 회원들은 ‘그리스도의 생각과 마음을 입으며’ 쟌 쥬강 성인의 정신을 닮아가고자 노력한다.

성인은 가난한 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면서 동시에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그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섬겼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이들을 존경으로 대하고, 특별히 가난한 이를 통해 이뤄지는 파스카의 신비를 믿고 신뢰하면서,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돼 가난한 이와 함께하려는 소망으로 살아갔다. 더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더 작아지는 성인의 삶은 성인을 자유롭게 했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게 했으며, 완전히 기쁨에 넘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성인이 가난한 어르신을 모셔왔듯이, 수도회는 유일무이한 사도직으로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인종, 종교 등의 조건에 관계없이 맞아들이고 존경과 사랑으로 그들의 육신을 잘 보살피면서,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이 자비하신 하느님을 알게 하고, 이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경로수녀회’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수도회는 어르신들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시는 분들로 여기고 그들을 격려하고 보살피면서 어르신들이 삶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동반하고 있다. 수도회는 어르신들 각각의 가족관계와 신념을 존중하면서도 안락사 등 생애 말기에 올 수 있는 생명 경시의 유혹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수도회는 국제 공동체 안에서 형제적 사랑을 나누면서 또한 직원들과 쟌쥬강회 회원, 봉사자들과 협력하면서 함께 사도직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쟌쥬강회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의 영적 가치를 함께 나누면서 가난한 어르신을 위해 자선과 봉사를 실천하는 신자들의 모임이다.

수도회는 수도회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모금 활동을 통해 사도직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모금 활동은 ‘작은 자매’로서 겸손과 단순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선하심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활동적인 면에서 영성이 어르신을 섬기는 것이라면, 내적인 면에서 수행하는 영성은 ‘참된 행복’이다. 이러한 정신은 회원들이 사도직에 투신하는 근거이자 양식이다. 수도회는 어르신을 섬김과 동시에 사도직을 확장해 나가면서 선교하고, 이를 통해 수도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또한 쇄신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