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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경제 마인드 공부-투자 / 이정철 바오로 신부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06-08 수정일 2022-06-08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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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콰이어’(Acquire)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부루마블’이나 ‘모노폴리’가 부동산 투자 게임이라고 한다면, ‘어콰이어’는 주식 투자 게임이다. ‘부루마블’이나 ‘모노폴리’처럼 ‘어콰이어’ 역시 경제 사회를 알아가는 데 있어 좋은 게임이다. 한번은 중학생들과 ‘어콰이어’ 게임을 하는데 학생 중 한 명이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주식을 사지 않고 게임 머니(game money)를 아끼고 있었다. 아마 평소 아끼는 습관대로 게임을 한 듯한데, 초반엔 게임 머니가 많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가 점차 벌어져 게임이 끝날 즈음에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지게 되었다.

‘어콰이어’가 경제 사회를 잘 보여준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은행에 돈을 잘 넣어 놓으면 원금은 보장받는다고 생각하지만 2~5%로 오르는 물가 상승률로 인해 실제로는 매년 조금씩 마이너스가 된다. 어딘가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돈의 가치가 하락해 손해는 조금씩 늘어난다.

가끔 투자라고 하면서 소비를 하는 사람이 있다. 투자와 소비 둘 다 돈을 쓴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이익’과 ‘가치 교환’이란 면에서 다르다. 또한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지만, 소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한다. 예를 들어 대학을 나왔을 때 내 인생의 가치가 상승하고 이익이 생긴다면 투자라고 하겠지만 가치 상승이 전혀 없고 아무런 이익도 생기지 않는다면 등록금은 그저 소비한 것이다.

투자와 투기, 도박은 어떨까? 똑같은 행위를 놓고 사람마다 다르게 보기에 경계가 모호해 보이지만, ‘확률’과 ‘기대 수익률’의 차이로 나눠 볼 수 있다. 투자 > 투기 > 도박 순으로 이익을 볼 ‘확률’은 낮아지지만 ‘기대 수익률’은 투자 < 투기 < 도박 순으로 높아진다. 카지노는 이익을 볼 확률은 낮지만, 잭팟을 터트릴 거라는 ‘기대 수익률’은 높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금전적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그에 대한 마인드는 좀 더 폭넓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료 기술을 위해 의료 산업에 투자하는 것, 편리한 생활을 위해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 좋은 서비스를 위해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하는 것, 환경 개선을 위해 착한 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것 등 투자는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에 더 나은 영혼의 삶을 위해서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내세의 삶은 은퇴보다 더 먼 미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죽음은 순서대로 오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다. 내세를 위한 투자는 영원한 삶을 위한 투자이기에 투자 가치는 엄청나다. 심지어 믿기만 하면 높은 이익 ‘확률’에 ‘기대 수익률’까지 높다. 세속에서 이런 경우는 ‘사기’일 확률이 높지만, 구원에 있어서는 이를 ‘보증’이라고 한다.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