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중)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05-31 수정일 2022-05-31 발행일 2022-06-05 제 329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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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자신 내어 주는 ‘성체’가 되어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 수녀들이 벨기에 본원에서 열린 회의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 제공

어린아이와 같은 의탁 정신으로….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는 두려움 없이 단순하고 기쁘게 살아간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긴 채 그분 뜻을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녀회의 정신은 수도복에서도 잘 드러난다. 흰색이나 상아색인 수도복은 제병을 상징한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믿고 자신을 내어 주신 것처럼 수녀들은 자신들이 성체가 되어 서로에게, 이웃에게, 온 인류에 자신을 내어 준다.

모든 것을 의탁하고 성체가 돼 살아가는 수녀회는 미사와 성체 조배를 중심으로 산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아버지께’ 자신을 봉헌하고, 삼위일체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사랑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성찬의 전례 안에서 체험한 은총을 매일 살아가려 노력하는 수녀회는 성체 현시도 계속한다. 벨기에 본원에서는 수녀들이 돌아가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국 분원에서는 사도직 상황을 고려해 저녁 동안 성체 조배를 한다.

이러한 수녀회의 일치, 의탁, 봉헌하는 카리스마는 ‘성체 뽑기’에서도 나타난다. 수녀회는 성탄이 되면 성체 뽑기를 하는데, 각 뽑기에는 ‘침묵의 제병’,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제병’ 등이 적혀 있다. 뽑기에 따라 수녀들은 다음 성탄까지 그 내용대로 삶을 구체화해 봉헌한다.

현재는 다양화 등의 이유로 지속하고 있지 않지만, 초기 수녀들은 한자리에 모여 소임지 열쇠를 모두 모아놓고 그 가운데 하나를 집어 사도직을 정했다. 이 역시 아이 같은 단순함을 보여 주는데, 각자 바람과 욕구도 있지만, 하느님 뜻이 더 크고 기쁠 것임을, 어떤 몫이든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시기에 감사할 것임을 믿고 의탁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수녀회는 명칭대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는다. 성인은 ‘작은 몫’이라는 뜻의 ‘포르치운쿨라’에서 공동체를 시작했고,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이 작고 허름한 성당을 품고 세워졌는데, 수녀회는 여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수녀회는 형제적 사랑과 단순함으로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며 공동체 삶을 살아간다.

특히 수녀회는 사제들과 복음화 사명을 위해 산다. 이는 비오 11세 교황이 성삼의 마리 마들렌 창립 수녀에게 보낸 강복장에서 비롯됐다. 1927년 마들렌 수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수녀회 미래를 교회에 의탁하기 위해 교황에게 편지를 썼고, 같은 해 10월 17일 교황은 이렇게 답신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들의 희생과 기도와 사도직을 통해 성직자들의 성화와 선교 사업의 성공이라는 숭고한 목적으로 자신을 봉헌하는 우리의 사랑하는 딸 제르멘 고도(마들렌 수녀 본명)와 그녀와 함께하는 관대한 모든 영혼들에게 특별한 강복을 보냅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