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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경제 마인드 공부-경쟁 / 이정철 바오로 신부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05-25 수정일 2022-05-25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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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구별되는 차이를 나타내는 것, 그 차이를 좀 더 뛰어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노력이고 경쟁이다.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다면 퇴보만 있을 뿐이다. 모든 생명체는 경쟁을 통해 진화하고 발전돼 왔다. 인간은 그중에 단연 독보적으로 진화 발전된 존재다. 인류 문명 또한 경쟁을 통해 발전됐다.

‘무한경쟁’, ‘경쟁을 위한 경쟁’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어떤 것을 선택할 때 좋은 것을 놔두고 안 좋은 것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우리는 비교하고 선택한다. 사원을 뽑을 때도 대충 보고 아무나 뽑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뽑을 때도 점주는 심사숙고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좋은 것을 선택하려 한다. 심지어 수박을 고를 때도 두드려보고 고르지 않는가? 좋은 것을 선택하려는 것, 그것이 경쟁의 원천이고 그러한 선택에 뽑히고자 노력하는 것이 경쟁이다. 경쟁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생명체의 본성이다.

경쟁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이동·운송 수단, 상품, 음식, 예술, 서비스, 의료, 교육 등 경쟁을 통해 이뤄낸 발전은 편리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경쟁이 없다면 문명은 이렇게 발전되어 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모두 맞물려 있다. 경쟁을 통해 발전할 때 모든 이의 삶의 질도 향상하게 된다. 사실 경쟁과 상생은 반대가 아니라 경쟁이 곧 상생이 되는 것이다.

종교는 어떨까? 종교는 과연 경쟁에서 벗어나 있을까? 좋은 것을 선택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종교 역시 경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보다는 느리지만 종교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세상 사람들의 니즈(needs)에 따라 조금씩 변화돼 왔다.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서도 정통성을 강조하거나 개혁을 강조하면서 경쟁해 왔고, 세속과의 관계에서도 세속과 차별성을 두는 형태로 경쟁해 왔다. 교회 내에서도 봉사자나 성직자, 수도자의 전임과 후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발전을 이끌어냈다. 전임보다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경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점차 가속화되는 종교인의 감소는 과연 교회가 효과적인 노력을 하는 것인지 반성해 보게 한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성직자의 삶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경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모난 돌이 정 맞는다’와 같은 서로 간의 질투, 그리고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 인센티브의 부재 역시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소가 된 것은 아닐까? 이는 특별히 교회 고위 성직자들이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