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성경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5-24 수정일 2022-05-24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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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말의 홍수 속에 살면서
점차 영혼이 무너져가는 현대인 
성경 자주 접하고 묵상할 때
더럽혀진 마음 씻어낼 수 있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성경을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개신교는 지나치게 축자영감설에 빠져서 성서의 배경에 대한 공부 없이 무작정 외우고, 더욱이 설교자들이 성경의 내용을 자기 편한 대로 이용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도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가톨릭은 성경을 거룩한 책이라고 하면서 읽지 않고 모셔두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양쪽 다 성경을 대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습니다.

성경은 재미있는 책은 아니지만 봐야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지금 말의 홍수에 빠져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들이 우리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이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오염된 말의 홍수 속에서 질식한 채 살아가면서 그 영혼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건강하지 못한 말들로 인해 마음이 오염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맑은 물과 같은 말씀입니다. 즉 성경을 본다는 것은 하루 종일 때에 찌든 내 마음을 씻어내는 효과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는 성경묵상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간을 갖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생기는가? 우리가 씻지 않고 지내면 처음에는 가렵고 불편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면 씻지 않아도 편안한 상태가 오고 나중에는 씻는 것이 아주 귀찮아집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더럽다고 해도 개의치 않고 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성경묵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경묵상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해야 되는가? 답은 세수하는 횟수 만큼입니다. 우리가 외모에 신경 쓰는 절반만이라도 마음에 신경을 쓴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꼰대유머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떤 신자가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점치듯이 성경을 봤습니다. 기도하고 성경을 펼쳐서 딱 보이는 내용이 하느님이 자신에게 주시는 계시라고 믿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성당 나가는 것도 본당신부도 다 우습게 보여서 냉담을 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길에서 본당신부를 만나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본당신부도 그 신자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데 어느 날 그 신자가 사색이 돼서 본당신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신부님, 오늘 아침 성경을 봤는데 유다가 목매달아 죽었다는 구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다시 펼쳐보니 ‘가서 그대로 실행하여라’ 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러자 본당신부는 “가서 주님의 말씀대로 하셔야지요”하면서 사제관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사제관 앞에는 그 신자가 성경 점을 다시 봐달라고 본당신부에게 사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