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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11)빅뱅 우주론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05-24 수정일 2022-05-25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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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살 우주… 끊임없이 팽창하며 언젠가 종말 맞는다
NASA 위성이 관측한 결과
우주의 가속 팽창 밝혀져
밀도 혹은 온도 0이 되면
우주는 수명 다하게 될 것

우주에 떠 있는 WMAP 위성을 그린 삽화. WMAP 위성은 빅뱅 이론을 검증하는 증거 중 하나인 ‘우주 배경 복사’를 관측한다.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에 하느님께서 빛과 물질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빅뱅! 빛과 물질이 생겨라!!’ 하시자 빛과 물질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과 물질이 좋았다.”

2022년 현재의 물리학적 관점에 따라 창세기 1장 1-4절을 살짝 수정하면 위의 문장처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부터 빅뱅 우주론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빅뱅 우주론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무신론적 과학주의자들이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 이론이면서 동시에 교회에서도 창조주의 우주 창조를 이해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빅뱅 우주론은 우리 우주의 기원과 현재까지의 팽창을 설명하는 물리 우주론으로서, 간단하게 말하면 초기에 매우 높은 에너지로 응축된 작은 점이 대폭발(Big Bang)을 통해서 팽창하여 현재의 우주가 되었다고 보는 이론입니다.

벨기에 출신 사제이자 루뱅 가톨릭대학교에서 활동하던 이론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 1894~1966)는 1927년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의 수학적 해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우주는 반드시 팽창해야 된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르메트르 신부님은 빅뱅 이론의 창시자로서 현재 모든 물리학 교과서에 이름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중력장 방정식을 만든 장본인이면서 ‘우주는 영원불멸한 존재로서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 신부님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학회에서 팽창하는 우주를 이론적으로 주장한 르메트르 신부님의 발표를 들은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의 계산은 정확하지만, 당신의 물리는 터무니없군요!”

1927년 브뤼셀의 학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인슈타인(왼쪽)과 르메트르 신부. 김도현 신부 제공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인 1929년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이 수십 개의 외부 은하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멀리 떨어진 각 은하들의 거리와 그들이 멀어지는 속도가 비례한다는 소위 허블 법칙(Hubble’s law)을 발표함으로써 빅뱅이라는 개념은 천문학적인 첫 번째 근거를 얻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각 은하들이 멀어지는 속도는 은하로부터 나오는 별빛의 파장이 속도에 따라서 원래의 별빛 파장보다 길어지는 현상인 소위 적색편이(red shift)를 관측함으로써 측정이 가능합니다. 허블 법칙은 2018년 10월 29일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의 공식 결정에 따라 현재는 허블-르메트르 법칙(Hubble-Lemaître law)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 후 1964년에는 우주의 극초단파를 연구하던 미국 벨 연구소의 관측천문학자 아르노 펜지아스(Arno A. Penzias; 1933~)와 로버트 윌슨(Robert W. Wilson; 1936~)이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거의 균일하게 마이크로파 잡음(microwave noise)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마이크로파 잡음은 예전에 우리가 TV를 켜면 항상 보이는 지지직거리는 그 잡음을 말합니다. 이 마이크로파 잡음을 우리는 현재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부르는데, 이는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온도가 대략 3000℃에 달할 정도로 뜨거웠고 당시 물질의 분포 또한 은하나 별이 형성되지 않은 상당히 균일한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에, 빅뱅 우주론의 가장 중요한 증거로서 현재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증거 덕분에 우주가 실제로 팽창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빅뱅 우주론은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올바른 이론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 우주 배경 복사의 균일도를 엄밀하게 관측하기 위해 COBE(Cosmic Background Explorer), WMAP(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Planck 등의 관측 위성이 차례로 우주로 보내졌는데, 특히 미국 NASA의 과학자들이 2001년에 우주에 쏘아올린 관측 위성인 WMAP이 지구로 전송해 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임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최근에 들어서는 우리 우주의 팽창 속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빨라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주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뜻이죠.

현재 물리학자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다가 우주 전체의 밀도가 ‘0’이 되는 순간 혹은 우주의 절대 온도가 ‘0’이 되는 순간 우주는 종말을 맞게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언젠가 머나먼 미래에 우리 우주는 죽게 된다는 말입니다. 138억 년 전에 태어난 우리의 우주는 언젠가 수명을 다하고 죽음을 겪게 됩니다.

우리 우주는 시작과 끝이 있으며, 유한한 수명을 갖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인류 역사 안에서 우주는 항상 영원불멸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빅뱅 우주론은 우리 우주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한정된 수명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생명체는 몰라도 우주만큼은 영원불멸할 줄 알았던 우리는 이제 다음과 같은 심각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세상에 영원불멸한 존재는 대체 무엇이 있는가?

이 질문은 인류가 지금껏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유한한 수명을 가진 우주’라는 개념 앞에서 반드시 대면해야만 하는 질문인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대해 무엇이라고 대답하고 싶으신지요?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