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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선택의 영성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5-17 수정일 2022-05-17 발행일 2022-05-22 제 329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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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
인생은 선택을 통해 성숙하기에
선택하는 힘 기르지 못하면
의존적이고 무능해질 수 있어

주님을 팔아넘긴 유다에 대해 동정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유다가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막을 수도 있지 않으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께서 유다가 죄를 짓지 않도록 막으실 수도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 하느님은 유다의 선택을 존중하신 것입니다. 유다는 주님의 주위에서 맴돌다가 주님의 눈에 들어서 제자단에 들어오게 됐고, 헌금을 관리하는 직분까지 맡았습니다. 또한 그는 주님께서 하시는 수많은 기적과 설교를 보고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주님께서는 유다에게 사람이 가야할 길을 모두 보여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다음은 유다의 선택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유다가 당신을 버리는 것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아무런 책망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슬퍼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유다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늘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십니다. 그래서 진보적인 신학자들은 내세의 지옥도 하느님께 벌을 받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을 버리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라고 하시는 것인가? 그것은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다 아는 아주 간단한 상식입니다. 만약 부모님이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다해주고 아이들이 선택해야 할 것들을 대신 선택해준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까요? 자신이 선택하는 힘을 키우지 못한 아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애완견처럼 큽니다. 즉 평생을 부모만 바라보고 사는 무능한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성심리에서는 사람의 인생이란 선택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힘겨운 일이 생겼을 때는 기도를 하시고 선택하는 신앙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꼰대유머도 하나 나누겠습니다. 어느 더운 여름날 닭장수가 닭을 잡아먹고 싶었는데 자기가 오랫동안 키운 닭들이라 그냥 잡으면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닭들에게 자기가 문제를 낼 것인데 맞히지 못하면 자진해서 끓는 물속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삐쩍 마른 닭에게 문제를 냈습니다. “1더하기 1은 얼마게?” 닭은 쉽게 “2”라고 답했습니다. 그 다음 닭에게는 “2 곱하기 2는 얼마게?”하고 물었습니다. 닭은 간단하게 “4”라고 답했습니다.

세 번째 가장 뚱뚱한 닭에게 물었습니다. “194 나누기 2 곱하기 3은 얼마게?” 닭장수는 뚱뚱한 닭이 자진해서 물속에 들어갈 줄 알고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낸 것입니다.

그러나 뚱뚱한 닭은 “잔머리 굴리지 마, 짜샤”하고는 물통을 날개로 쳐서 엎어버리곤 “꼬끼오”하면서 성질을 부렸습니다. 그 후로 ‘뚱뚱한 닭들은 머리도 나쁜데 성질도 고약하다’고 소문이 나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