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한국 성지순례 고고씽! / 한대용

한대용 바르나바,제1대리구 향남본당
입력일 2022-05-11 수정일 2022-05-11 발행일 2022-05-15 제 329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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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초 코로나19로 주일 미사가 비대면 미사로 전환되면서 성당을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처럼 아내와 함께 제천으로 여행을 가게 됐다. 가던 중 배론성지 안내표지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 성지네? 지나쳐 가야 하나, 잠시 들렀다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순간 머릿속에서 ‘어이~ 바르나바! 너 교리교사잖아! 놀러는 왔지만 잠깐 주님께 인사는 하고 가야지?’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래서 성지에 들러 이곳저곳 돌아봤다.

코로나19 환경이라 순례객도 없고 너무 한적했다. 사무실 앞에 이르렀는데, 스탬프 같은 게 보여서 아내와 함께 두리번두리번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무실 창문이 열리며 사무장님이 성지 순례객을 위한 스탬프라고 말씀하셨다. 또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도 소개해 주시며 스탬프 찍는 방법과 성지순례 요령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책 2권을 구입해서 처음으로 스탬프를 찍어 보았다. 참 신기하고 재밌었다. 아내에게 “코로나19 시국이긴 한데 이번 기회에 국내 성지순례를 한번 해볼까?”라고 제안하니 흔쾌히 동의했다.

이날 이후 우리 부부는 주말과 휴가를 이용해서 틈나는 대로 성지를 순례하러 다녔다. 멀리 가게 되었을 때는 코로나19 상황을 생각해 차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미사 참례를 시작으로 그날 성지순례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해 3월 6일 배론성지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성지순례는 8월 6일 마산교구 복자 윤봉문 요셉성지를 마지막으로 국내 성지순례 167곳의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

시작은 스탬프 찍는 재미였지만 성지를 다니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아니, 이런 곳에도 성지가?’, ‘박해를 피해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신앙생활을?’ 등등.

성인들 무덤을 직접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도 소중하다. 특히 하느님의 종 황사영(알렉시오) 가족의 슬픈 이야기를 보면서 백 번 듣는 교육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순교 성인의 신앙심은 절절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성지순례 내내 우리 부부는 가슴 속 깊이 순교 성인들의 숭고함이 느껴지는 소중한 신앙 체험을 했다.

끝으로 의정부교구 양주순교성지에 계신 최민호 마르코 신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순례 온 우리 부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시고 성당으로 초대해주시고 성지소개와 짧은 축복도 해주셨다. 순례책에다가 “거룩한 순례자로 하늘나라 가세요!”라고 적어주시고 사인도 직접 해주셨다. ‘위로와 희망’ 카드도 선물로 주셨다. 너무너무 감동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성지순례를 통해 “거룩한 순례자로 하늘나라 가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멘!

한대용 바르나바,제1대리구 향남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