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우리 곁에 왔던 성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5-10 수정일 2022-12-01 발행일 2022-05-15 제 329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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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 엄혹한 시대에 진실 꿰뚫은 김 추기경을 증언하다
신자·비신자 언론인과 사제 등
19명의 김수환 추기경 회고록

김성호(빈첸시오) 외 18명 지음/232쪽/1만5500원/서교출판사

한국의 첫 번째 추기경이자 한국의 종교인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분으로 꼽히는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그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용기를 냈고, 가장 약한 사람들 곁에서 함께 걸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명동대성당에 피신해 있는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려는 경찰에게 김 추기경은 이렇게 말한다.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잡아가려면 우리를 넘고 가십시오.”

이처럼 역사의 소용돌이 속 고비, 전환점마다 맨 앞에 나서 용기를 보여준 김 추기경의 삶은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지향하는 언론인들에게 귀감이 됐다.

김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언론인들이 그를 기리고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우리 곁에 왔던 성자」는 종교의 벽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온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 위로를 줬던 우리 시대의 성자 김 추기경을 조명한다.

김 추기경을 기리며 책을 엮은 편집위원들은 “13년 전 우리 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예수 그리스도였고 더 많은 이들에게는 우러르고 싶은 큰 어른이자 참 종교인이었다”며 “우리 곁에서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사람, 우리와 더불어 여든일곱 해를 살았던 김수환 추기경을 책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책에는 사제와 수녀, 가톨릭 언론인과 비가톨릭 언론인까지 총 19명이 기억하는 김 추기경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경향신문 김후호정(파비올라) 기자에게 김 추기경은 삶의 나침반 같은 분이었다. 현대사의 파란 속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이 되지 않을 때 김 추기경의 입을 바라봤다. 김후호정 기자는 “추기경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무엇이 옳은 일인지 추기경께서 가리키는 방향을 보려고 애썼다”며 “그것은 곧 진실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 몸부림이기도 했다”고 밝힌다.

사제이자 언론인으로, ‘세상의 빛’이라는 소명을 실천코자 했던 김 추기경의 여정도 가톨릭신문 주정아(스텔라) 편집부국장의 글을 통해 소개된다. 독일에서 ‘그리스도교 사회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1964년 6월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 소임을 맡은 김 추기경은 “교회 신문도 세상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소식을 한국교회 안팎에 발 빠르게 전하고자 노력한 일화, 가톨릭신문을 통해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 노력, 마지막 휘호인 ‘세상의 빛’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까지, 김수환 추기경 삶의 한켠이 책 속에 생생하게 재현된다.

대표저자인 가톨릭언론인협의회 김성호(빈첸시오) 전 회장은 “김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언론인들을 특히 사랑하셨던 추기경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언론인들이 모여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됐다”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견줄 데 없는 지도자였던 김 추기경과 같은 인물이 다시금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