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홍수원 작가 ‘십자가의 길 위에서’ 전시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5-10 수정일 2022-05-10 발행일 2022-05-15 제 329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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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고재에 새긴 못 자국
더 깊이 묵상하는 주님 수난

홍수원, ‘십자가의 길(Via Dolorosa) 제12처’.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비참함이 나의 비참함과 닮아있다. 가운데 수직으로 갈라진 고재(古材)는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성전 장막이 찢어진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전시실에서 ‘십자가의 길 위에서’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홍수원(젬마) 작가의 ‘십자가의 길 12처’ 작품 설명이다.

홍 작가는 이번 전시에 나무 조각 십자가의 길 14점과 같은 형식의 십자가 1점을 선보였다. 십자가의 길에서 겪은 예수님의 수난을 본인 내면의 감정과 동일시함으로써 승화시키는 과정을 작품에 녹여냈다.

작품 소재는 옛 경복궁 복원을 위해 철거할 때 나온 금강송 고재를 사용했고, 예수님의 형상과 십자가는 고재 부분을 그대로 살려 표현했다. 특히 나무옹이는 예수님의 고통을 표현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했다. 소재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 오래된 고재의 뒤틀리고 상처 난 부분의 불완전성을 그대로 남겼다. 피투성이 된 인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홍 작가는 관람객들의 깊은 묵상을 이끌고 있다.

홍 작가는 “십자가의 길 작업 기간 내내 머리가 아니라 마음과 손이 나를 이끌었다”며 “고재의 단단한 옹이와 못 자국들은 작업을 더 깊은 묵상과 표현으로 이끌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십자가의 길 각 처에서 예수님의 수난을 통해 내 안의 감정들과 만났고, 이는 스스로 억압하고 가뒀던 나 자신이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만드는 창작의 시간이었다기보다 나 자신을 만나고 주님 현존을 체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십자가의 길 끝에 그분이 손을 내밀며 활짝 웃고 계십니다. 함께 걷자고. 결국 삶의 모든 순간이 부활입니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