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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전쟁과 민간인 / 강주석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2-04-26 수정일 2022-04-26 발행일 2022-05-01 제 329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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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놀 외방 전교회 선교사 조지 캐롤 몬시뇰은 6·25전쟁 초기 군종제도 신설을 주도했다. 1950년 9월에 작성된 그의 일기에는 군종제도 준비를 위한 회의가 언급되고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장로교 3명, 감리교 1명, 천주교 1명의 명단이 대통령에게 제출될 예정이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장로교, 감리교, 천주교 셋이 같은 권한을 가질 것, 그리고 재정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에 돈이 없으니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군종신부로 활동하게 된 캐롤 몬시뇰은 참혹한 전쟁을 직접 목격했다. 그가 남긴 1950년 10월 3일 일기는 적군의 공격뿐 아니라 아군의 군사 작전도 민간인에게 위협이 되는 전쟁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날씨는 하루 종일 흐리고 우울했다. 데스랜데스(Deslandes) 신부가 오늘 왔는데 얼굴이 좋아 보였고, 미주리(전함)의 포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12발의 포탄이 떨어져서 구호건물 유리창이 다 깨졌는데, 고아와 노인들, 수녀들과 프랑스 주교와 신부를 포함해서 130명이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모두 무사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모님께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갑자기’ 시작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러시아가 전면적인 침공을 단행한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사태에 책임이 없는 젊은 군인들이 전장(戰場)으로 계속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민간인들의 피해를 전하는 안타까운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분하라는 ‘정당한 전쟁’의 이론은 현실에서 지켜지기 어려운 규칙이다. 사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첨단 무기들은 과거보다 더 가혹한 민간인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결코 정당할 수 없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약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전쟁을 반대하는 교회는 “인간의 생명을 일부러 파괴하는 것을 금지한다. 모든 전쟁이 초래하는 불행과 불의 때문에, 교회는 선하신 하느님께서 오랜 전쟁의 굴레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도록 모든 이가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가르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307항)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도하자.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땅, 한반도에서도 진정한 평화가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자.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