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30년째 이어온 무료급식소, 오늘이 마지막이면 어쩌죠?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4-19 수정일 2022-04-19 발행일 2022-04-24 제 329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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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코로나19 여파로 운영난
가난한 이웃 위한 관심 절실

4월 14일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봉사자들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대체식을 나눠 주고 있다.

서울 영등포동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담당 김종국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주변으로 끝이 없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다. 오전 8시 전부터 삼삼오오 모이던 인파는 10시가 넘어서자 3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대부분 토마스의 집에서 나눠 주는 주먹밥과 과일 등 대체식을 받으려는 영등포역 주변 노숙인들이다. 토마스의 집은 코로나19로 실내 배식이 불가능해지자 대체식을 준비해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30분 전후 제공하고 있다.

토마스의 집 봉사자들 중 주먹밥 담당자는 오전 7시 무렵 일찌감치 나와 주먹밥 재료인 소고기, 소시지, 양파, 당근 등을 준비하고 다듬어 금방 한 따끈한 밥에 버무리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다른 봉사자들은 대체식인 바나나와 라면, 초코파이, 계란, 음료수를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토마스의 집 출입구 앞에 가져다 놓느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1993년부터 30년째 서울 영등포 지역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있는 ‘토마스의 집’. 코로나19로 후원금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전 10시30분이 되자 봉사자들은 노숙인들의 마스크 착용과 에코백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먹밥과 대체식을 하나씩 에코백에 담아 줬다.

오전 11시 무렵 대체식 급식을 마치면 봉사자들이 모여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이것으로 하루 봉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음날 식재료를 미리 준비하는 일이 이때부터 다시 시작된다.

매주 월~금요일 어김없이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토마스의 집은 찾아오는 이들을 ‘우리님’이라 부르며 사랑이 담긴 음식으로 섬기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후원금이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봉사자들이 4월 14일 대체식으로 나눠 줄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토마스의 집 박경옥(데레사·62) 총무는 “당장 내일 급식을 못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적도 있었다”며 “후원금이 모자라 정말 급할 때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부탁해 어렵게 운영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1993년 2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로 문을 연 토마스의 집은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단체 및 개인 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건물 역시 월세를 내고 입주해 있는 형편이다.

박 총무는 “하느님의 자비는 말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토마스의 집에 관심과 후원을 조금 더 보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요즘 유명세를 타는 무료급식소에만 후원금과 후원 물품이 집중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교회 안에서 같은 목적의 시설들이 서로 나누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후원 문의 02-2672-1004 토마스의 집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