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기도 안에서 생각을 내려놓고 / 김주후

김주후 요한보스코,제1대리구 동백성마리아본당
입력일 2022-04-13 수정일 2022-04-13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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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여정 속에서 기도와 함께 살아왔으나 여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음을 발견한다. 어찌 보면 문구만 암송할 뿐 기도의 맥락 속에 젖어들기 힘들 때가 많다. 더구나 복잡한 생각이 자꾸 밀려들면 입만 움직이고 있을 뿐 기도의 내용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리곤 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해 보려고 그동안 내 나름대로 발견한 기도 방법에 집중해 왔다. 그건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주님 안에 머물고 그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바로 그 자리에 앉아 호흡에 집중하면서 고요함에 머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 두울~ 세엣’ 숫자를 세어 보기도 한다. 이러한 숫자 세기가 큰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잡념이 올라오는 것을 예방하면서 나 자신을 비워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밀려드는 분별의 마음마저 멀어지게 하는 문구를 불러낸다. ‘거룩한 이름 부르기’라고도 하는 것인데,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문구는 “주님~ 평화”다. 이렇게 스스로 정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되뇌면서 주님과 하나 되는 시간에 머무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런 내용을 발견하였다.

“기도란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 말은 여러 해 전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초청한 로렌스 프리먼 신부님 강의에서 들은 것이다. 프리먼 신부님은 명상 중심의 기도를 설명하시면서 하느님에 대한 생각이나 하느님께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닌 침묵 가운데 하느님 사랑의 길을 배워가는 과정을 강조하셨다.

신부님 강의를 통해 또 하나 얻은 문구는 영어로 ‘컴(Come) 지저스(Jesus)’이다. 모국어로 된 친숙한 문구만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라는 말씀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이제는 “커어어엄~~ 지이이저어어스”라고 노래처럼 운율을 붙여보기도 하고, 큰 소리로 부르다가 점점 소리를 줄여나가면서 내 안에 자리한 주님과 일치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나를 힘들게 했던 바로 그 잡다한 생각들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 기도 시간에 생각이 치고 올라와 방해받는 일이 줄어들었다. 또 그렇게 생각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오늘의 성경 말씀을 읽고 아침기도를 드리니 새롭게 알아차리는 내용도 생겨났다. 그것은 현재의 내가 무수히 많은 이웃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주님~평화”, “Come Jesus.”

김주후 요한보스코,제1대리구 동백성마리아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