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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데우스에서 시노달리타스까지 / 최영균 시몬 신부

최영균 시몬 신부,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03-30 수정일 2022-03-30 발행일 2022-04-03 제 328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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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황님 요청으로 전 세계 교회가 시노드(회의)를 하고 있다. 시노드는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주교님들부터 신자들에 이르기까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가 바로 ‘시노달리타스’다. 시노달리타스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아 발음도 뭉개며 “시노달스가 뭔가요”라고 묻는 신자도 꽤 있다.

이 말은 신조어이고, 아주 좋은 신앙적 가치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어서, 정확하게 전달되는 한국어 단어는 찾기가 어렵다. 시노달리타스를 ‘공동합의성’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이 단어는 너무 민주주의적인 가치가 부각되는 느낌도 있다. 이는 그보다는 교계의 친교와 성령의 빛 안에서 교회의 일을 함께 식별하고 수행한다는 복합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는 단어다.

그리스도교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전달되면서 적절한 문화적 상징과 맥락을 고려한 번역 과정은 언제나 반드시 필요했다. 시노달리타스와 같은 용어를 전달하는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복음이 전파되는 첫 순간부터 교회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1549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은 일본으로 가는 선상에서 ‘하느님’에 해당하는 라틴어 단어 ‘데우스’(Deus)를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했다. 그때 함께 동승한 일본인 무사 안지로로부터 일본 민중들의 타력 신앙 대상으로서 유일불인 ‘대일여래’(大日如來)에 대해 듣게 됐고, 대일여래를 일본 사람들에게 소개할 하느님의 새 이름으로 정했다.

이후 여러 가지 번역어와 라틴어 발음을 음차한 단어, 즉 데우스, 대일여래, 천(天), 천도(天道), 천주(天主)라는 이름이 혼용되다가 17세기 초에 이르러 당시 동아시아 선교 최고 책임자였던 메르시오 누네스 바레토 신부가 라틴어 교회 용어를 그대로 음차해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토착종교와 습합된 번역어가 그리스도교 교리의 순정성을 훼손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느님은 ‘데우스’, 천사는 ‘안조’ 등의 단어로 사용됐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루지에리와 리치는 중국에서 선교를 하며 하느님의 이름을 ‘천주’라고 최초로 명명했고, 이후 사람들은 대주(大主), 상주(上主), 상제(上帝), 진주(眞主)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리치의 후계자인 롱고바르도는 유불선의 관념 안에서 재현되는 그리스도교 용어 번역이 의미를 변질시킨다는 점을 우려하여 ‘하느님’은 라틴어의 중국식 발음 ‘더우쓰’, 천사는 라틴어 발음인 안젤루스를 중국어식 ‘안루어’(諳若)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데우스의 번역어 찾기에서 시작한 교회 용어와 관련한 번역어나 용어 고안의 어려움은 얄궂게도 동아시아 그리스도인에게는 운명이 되었다.

한국의 문화가 케이(K) 신드롬이라며 전 지구적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데, ‘한국천주교회 고유의 신앙과 영성의 가치가 서구 교회에 전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그런 날이 오면 서양의 그리스도교 형제들도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진정한 형제애(?)를 발휘하겠지’라는 심술 섞인 공상을 해본다.

최영균 시몬 신부,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