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종수 주교 제5대 대전교구장 착좌] 이모저모

박영호·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3-29 수정일 2022-03-29 발행일 2022-04-03 제 328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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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의 뜨거운 눈물 앞에 교구민 함께 걸어갈 것 다짐
팬데믹 탓에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
7개월간 공석이던 새 교구장 맞아
벅찬 마음과 감격의 눈물로 환영
“소외된 이들 돌보는 목자 되길

3월 25일 대전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거행된 교구장 착좌미사에서 김종수 주교가 교구민들에게 강복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3월 25일 오후 2시,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제5대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한 상황,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에서도 신자들의 기쁨과 감격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전임 교구장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후 7개월 동안 이어진 교구장좌의 공석으로 새 교구장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리던 교구민들은 차분하지만 벅찬 마음으로 새 교구장을 맞이했다.

◎… 조심스런 발걸음, 하지만 벅찬 가슴

착좌미사를 앞둔 3월 25일 오후 1시,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은 삼삼오오 연이어 대흥동주교좌성당을 향해 모이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탓에 말을 삼가고 충분히 간격을 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스크 위로 번지는 미소와 벅찬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은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전에 참석 신청을 한 이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적지 않은 청년들도 함께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명섭(안셀모·37·대전 옥계동본당)씨는 “주교님께서 건강하게 교구장의 직분을 훌륭하게 수행하도록 기도하기 위해서 오전 강의를 마치고 부리나케 성당으로 왔다”며 “코로나19로 늘어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시는 교구장님이 되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교구 사무처장 박지목 신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전교구장 임명 교령을 신자들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이재훈 기자

◎…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대주교 축하 인사

착좌식의 문을 연 것은 전임 대전교구장이자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대주교의 영상 메시지였다. 건강한 모습의 유 대주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김종수 주교를 교구장에 임명하고 오늘 착좌식을 봉헌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며 “김 주교가 착한 목자로 교구장 직무를 잘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은총을 청한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이어 “교구민 모두가 새로 교구장이 되신 김 주교를 기도와 협력으로 뒷받침해주기를 간곡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성당 내에서 유 대주교의 영상 상영이 지체됐다. 이에 대해 미사 말미에 한 김 주교의 위트 있는 설명이 화제가 됐다. 김 주교는 “대주교님이 충청도 분이시라 말씀이 조금 늦어지나 했는데, 생각보다 더 늦어져 당황스러웠다”며 “생각해보니까 이탈리아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들보다 더 느리긴 하다”고 말해 신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서울관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김종수 주교(오른쪽)에게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 첫 주임 본당인 해미본당서 50명 단체 참석

김 주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임을 맡았던 해미본당에서는 김 주교의 배려로 50명의 본당 신자들이 함께 착좌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일찌감치 성당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김 주교가 새 교구장으로서의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도록 간절한 기도를 바쳤다.

김 주교가 본당 주임으로 사목할 당시 만들었던 성서모임에서 함께 했다는 김용매(제노베파·69)씨는 “김 주교님께서 주임신부로 처음 부임하셔서 5년 임기를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셨다며 해미본당에 많은 애정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본당 주임 시절 성서모임을 만들고 신자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셨다”며 “평소의 성품대로 교구장이 되셔서도 항상 어려운 이들을 마음에 담고 돌봐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교구 평신도 대표 맹동술 회장(오른쪽)이 교구민을 대표해 김종수 주교에게 영적 예물을 전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 가족들의 간절함 담은 기도

김 주교는 7남매의 막내로 가족들의 넉넉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착좌식에서도 가족들의 기도가 넘쳐흘렀다. 대흥동주교좌성당 왼쪽 맨 앞줄에는 첫째 형 김광수(시몬·84·정림동본당)씨와 큰 누나 김갑수(엘리사벳·79·태평동본당)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자리 잡고 착좌식 내내 손을 모아 기도했다. 가족들은 착좌식 매 순간마다 기쁨 속에서 기도를 바치고 때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광수씨는 “가족들과 집에 모일 때마다, 사제 생활 마지막은 항상 ‘가장 작은 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는 것이 꿈’이라 고백하며 사제로서의 초심과 겸손을 잃지 않던 동생”이라며 “그 마음으로 가장 낮은 이들을 돌보며 겸손과 기쁨의 미소를 보여주는 주교가 될 수 있게 뒤에서 응원하고 기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교구민들 정성 모아 영적 예물과 꽃다발 증정

새로 임명된 교구장 주교에게 가장 큰 선물은 교구민들이 정성껏 모은 영적 예물이다. 교구여성연합회 서원자(클라라) 회장의 꽃다발 증정에 이어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맹동술(시몬) 회장은 교구민들이 김종수 주교를 위해 바친 영적 예물을 증정했다. 김 주교를 위한 교구 신자들의 영적 예물은 미사·영성체 17만489회, 묵주기도 293만2006단, 사제를 위한 기도 41만7739회, 주교를 위한 기도 47만6554회, 십자가의 길 6만7546회, 희생 9만9134회, 화살기도 34만6389회 등이다. 곁에 서 있던 김 주교는 영적 예물을 건네받은 후 감격 어린 표정으로 신자들을 향해 거듭 머리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착좌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이날 미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전 신청한 신자들만이 참례했다. 사진 박원희 기자

◎… 새 교구장의 뜨거운 눈물

이날 착좌식을 통해 대전교구는 7개월 동안 공석이던 새 교구장을 맞이하게 됐다. 교구민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교구장의 탄생을 감격의 눈물로 환영했다. 교구 평신도단체협의회 맹동술 회장은 교구의 모든 평신도들을 대표해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지난 7개월 동안 교구장의 탄생을 간절하게 기다리던 33만여 교구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기쁜 소식이었다”고 감격을 표시했다.

김 주교 역시 교구민의 일원으로서 교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교구장 임명을 고대해온 한 사람이었다. 착좌식에서 서울관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의 인도를 받아 교구장좌에 앉은 김 주교는, 교구의 발전과 성숙을 위한 또 한 번의 계기가 될 이 순간의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잠시 눈물을 훔쳤다. 새 교구장의 눈물을 지켜본 신자들은 크고 무거운 십자가를 진 새 교구장의 앞날에 함께 하겠다는 각오로 숙연한 기도를 바쳤다.

박영호·이재훈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