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병원비 갚지 못해 한숨 쉬는 베트남 이주노동자 정국한씨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3-29 수정일 2022-03-29 발행일 2022-04-03 제 328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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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생계 위해 입국했지만
코로나19로 경제난 허덕여
뇌동맥류 파열로 응급실행
수천만 원 달하는 치료비
감당 안 돼 하루하루 걱정

정국한씨가 베트남에 두고 온 딸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고 있다. 그는 “가족이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와 아이들 생각밖에 없습니다. 얼굴이라도 한 번 보는 게 소원입니다.”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정국한(Tran Qiloc Hoan)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2015년 한국으로 입국했다. 어머니와 아내, 두 자녀를 위한 결정이었다.

5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의 가족은 베트남에서도 극빈층에 빠지게 됐다. 위로 두 명의 누나와 여동생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가장 역할은 아들인 그의 몫이었다. 그는 “남들처럼 어떤 거창한 꿈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며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일용직 근로를 전전하던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두 자녀를 낳았고, 가정에 더 많은 보탬이 되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농장에서 숙식하며 150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 그중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120만 원을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그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비켜가지 못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 겨우 찾은 일자리에서 한달에 80만 원을 받았고 50만 원을 또 가족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아내는 이런 정씨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경제난에 허덕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지난해 집을 떠났다. 아직도 연락은 닿지 않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그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뇌 표면의 동맥이 손상되어 출혈이 발생하는 ‘지주막하 출혈’ 진단을 받았다. 뇌동맥류가 파열돼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곧바로 ‘코일 색전술’을 받아 다행히 위급한 고비는 넘겼다. 현재는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하지만 치료비와 입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3000만 원 가까이 이르게 됐다.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비용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도 충격을 받아 의식저하로 병원 치료 중에 있다.

그에게 천사 같은 지인도 있었다. 같은 베트남 출신으로 그의 힘든 사정을 잘 공감했던 지인은 자기 일처럼 그를 도왔다. 적금까지 깨며 400만 원 가까운 돈을 병원에 납부했다. 정국환씨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그의 집에서 지내며 간호를 받고 있다.

그는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타지에서 돈과 건강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그는 매일 어머니와 아이들 사진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설 날을 희망하고 있다.

“못난 아들, 못난 아빠지만 언젠가 어머니와 아이들을 만나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함께 먹고 싶습니다. 이마저도 지금 상황에선 욕심이라는 것을 알지만 가족만이 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이기 때문에 그런 작은 희망을 가져 봅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2년 3월 30일(수)~2022년 4월 19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