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청 추기경들, 목숨 건 우크라이나 방문

입력일 2022-03-15 수정일 2022-03-16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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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피난민 위로
출발 전 유언장 작성도

교황자선소장 크라예프스키 추기경(맨 왼쪽)이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와 함께 리비우의 한 수용소에서 피난민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 두 명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위안과 희망, 용기를 주고 있다.

교황은 지난 3월 6일 삼종기도를 주례하며 교황자선소 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과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이하 인간발전부) 장관 대행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교황자선소 소장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3월 8일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인 키이우대교구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와 라틴전례 리비우대교구장 미에치슬라프 모크르치키 대주교를 만났다.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의 대변인 안드리 솔레츠키 신부는 3월 9일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어제 키이우에서 리비우로 이동해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을 만났다”면서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완수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키이우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솔레츠키 신부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과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의 안전을 위해 교회는 이들이 언제 어떻게 이동할지는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비우에는 폴란드와 헝가리 또는 루마니아로 가기 위한 기차나 버스 등 교통수단을 찾으려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피난민들도 있다. 리비우대교구는 성당과 교회 시설의 문을 열어 피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주 동안 리비우의 인구가 두 배로 늘면서 피난민 모두에게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에서 여러 사회복지 시설들을 방문하고 3월 10일에는 우크라이나 교회 협의회 및 종교기구 대표들과 연합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 전, 우크라이나 국경에 인접한 여러 폴란드 도시에서 피난민들을 돕고 있는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 입국 전 전투 지역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폴란드 한 교계 언론의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듯이 나도 두렵다”면서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러 가는 것이며 나는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있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 전 고해성사를 받고 유언장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인간발전부 장관 대행 체르니 추기경이 3월 10일 헝가리 바라바스에서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돕는 헝가리 카리타스 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CNS

인간발전부 장관 대행 체르니 추기경은 3월 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그는 부다페스트 켈레티역에서 카리타스 봉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에 감사를 전했다.

체르니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피난민도 만났다. 피난민 중에는 나이지리아와 중국, 베트남에서 온 의대생도 있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조이스씨는 체르니 추기경에게 “그저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체르니 추기경은 그와 악수한 뒤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면서 “하느님께서 당신을 보호해 주실 것이고, 교황님께서도 가까이 계시다”고 화답했다.

체르니 추기경은 3월 9일 헝가리의 졸트 세미옌 부총리를 만났으며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제한 없이 맞아들이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체르니 추기경은 세미옌 부총리에게 헝가리가 피난민들을 환대하는 정책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헝가리를 이끄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이주민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