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정의 해’에 만나는 성가정] (5)상촌본당 문종석씨 가족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3-08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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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성당에서 봉사하는 것도 성가정의 모습”

본당 청년회에서 만나
부부의 연 맺은 종석·경선씨
3살 터울 남매 키우면서도
전례단·성모회 등 함께 봉사

부모 모습 보고 자란 아이들
주일학교 교사·성가대로 봉사
가족 모두 매일 묵주기도 봉헌
신앙 안에 함께 머문다고 느껴

지난해 연말 교구장 성가정 축복장을 받은 후 윤민재 신부(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가족들. (왼쪽부터) 아들 문희수씨, 어머니 이경선씨, 아버지 문종석씨, 딸 문지연씨. 문종석씨 가족 제공

제1대리구 상촌본당 문종석(그레고리오·60)씨와 이경선(모니카·59)씨 가족은 성당에서 온 가족이 봉사하는 ‘봉사 가족’으로 통한다.

서울 길음동본당 청년회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남편 종석씨와 아내 경선씨는 29년 전 수원시 권선구로 이사와 상촌본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본당 전례단, 소공동체, 성모회 등에서 함께 봉사했다. 아들 문희수(알렉산델·31), 딸 문지연(마리아·28)씨 남매도 이러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닮아 각각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 지휘 봉사를 맡는 등 본당 청년회의 소중한 인재로 활동 중이다.

가족이 함께 봉사하며 느끼는 좋은 점은 무엇일까? 딸 지연씨는 “가족이 모두 봉사하기에 서로 더욱 믿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가장 큰 보람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공동체 안에서 가족이 함께할 때의 즐거움을 알고, 서로 공감해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덕분에 자연스레 신앙이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희수씨도 “가족 모두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본당을 나가지 못하니 불안하고 몸이 쑤시는 느낌도 받았다”며 “이젠 성당을 가지 않거나 봉사를 하지 않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 가족에게 성당은 항상 시작이자 마침인 공간이다. 언제 어디서든 가족 여행의 마지막은 여행지 성당 미사 참례로 마무리해 왔다. 희수·지연 남매의 어린 시절 가장 큰 기억도 경선씨와 함께 성당에서 바친 새벽기도였다. 성당은 남매가 사춘기를 이겨낼 때도 큰 힘이 됐다. 희수씨는 성당에서 밴드부 활동을, 지연씨는 율동 찬양 활동을 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남매는 그 비결로 “부모님이 봉사하면서 항상 저희에게 봉사 자체를 진정으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며 “또 매일 촛불을 켜고 가족을 위한 묵주기도를 봉헌하던 두 분의 모습을 봤기에, 우리도 자연스레 신앙을 놓지 않을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 가족은 온 가족이 직장일로 바쁜 상황에서도 대축일 등 중요한 미사에는 함께 참례하려고 노력한다. 함께 참례하는 미사는 가족이 하나되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문씨 가족을 만나던 2월 24일에도 온 가족은 함께 평일미사에 참례했다. 강원도 평창과 경북 문경을 오가며 일하던 희수씨가 오랜만에 시간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씨 가족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연씨가 내년에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게 된 것. 그렇지만 걱정은 없다. 지연씨도 부모님처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신앙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 훌륭한 성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연씨는 “언젠가 자녀가 생겨 가정이 커지면 저도 주님께 ‘우리 부모님 같은 성가정을 이룰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할 것”이라며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부모님께서 보여준 신앙의 모습 그대로를 제 자녀에게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문씨 가족은 최근 가족 모두가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각자 직장생활로 바빠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게 된 상황인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앙 활동이 어려워져가는 상황을 이겨내고자 생각한 방안이다. 매일 묵주기도 20단을 봉헌하는 아내 경선씨의 제안에 가족 모두가 뜻을 모았다. 이후 남편 종석씨가 출퇴근 1시간 동안 묵주기도를 봉헌하는 것을 시작으로 딸 지연씨도 수원-인천을 오가는 출퇴근길에 묵주기도를 바친다. 아들 희수씨도 운전 중에 묵주반지로 틈틈이 묵주기도를 봉헌한다.

이들 가족의 좌우명은 ‘스스로 믿고 따라주고 본보기가 되어주는 신앙’이다. 우리를 늘 믿어주는 주님처럼 먼저 보여주고 믿고 따르기 위해서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진정으로 행복하고, 행동이 따를 때 그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문씨는 “신앙 안에서 자연스레 함께하고 이를 성당 활동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문씨 가족은 지난해 말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로부터 성가정 축복장을 받았다. 이들은 “영광스러운 일이자 가족 모두가 신앙과 성가정의 큰 의미를 부여받은 것 같은 느낌도 함께 받았다”며 “하느님 일에 조금이나마 더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말하는 성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문씨 가족은 “같은 신앙 안에서 보고 듣고 알게 된 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이를 온전히 물려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씨 부부는 “자녀들이 신앙의 소중함을 알고, 각자 꾸릴 가정에서도 이를 잘 물려주길 바란다”면서 “언제 어디서든 주님이 함께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