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삶의 고통에 시달리는 필리핀인 미혼모 메안씨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03-08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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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겐 절망 대신 희망 물려주고 싶어
폭력적인 아이 아빠로부터
홀로 아이 지켜내며 출산 

미등록외국인으로 지내며
국가 도움 전혀 받지 못해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수입
아이 병원비 걱정에 한숨만 

아들 제우스를 안고 애써 눈물을 참는 아모레 메안씨. 아들에게만큼은 절망 대신 희망을 물려주고 싶은 것이 메안씨의 유일한 소원이다.

“엄마~ 엄마~”

할 수 있는 말이 ‘엄마’와 옹알이뿐인 4살 제우스. 아모레 메안(마리아·30)씨는 말없이 아들을 안고 눈물을 흘린다. 한꺼번에 닥친 감당하지 못할 상황으로 정신적 혼란과 우울증 증세까지 겹쳐, 메안씨는 하루하루를 기도로 연명한다.

필리핀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메안씨. 3남2녀 중 첫째인 메안씨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취업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한국에서 만난 필리핀인 남자를 사랑하게 됐고 그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자 미등록외국인으로 한국에 남았다.

둘 사이에 귀여운 아이가 잉태된 순간, 불행은 시작됐다. 아이 아빠는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돌변해 폭력을 일삼고 낙태를 종용했다. 급기야 그는 야반도주해 소식조차 알 수 없게 됐다.

“주님, 왜 저에게는 항상 힘든 일만 있게 하시나요? 왜 저는 행복하면 안 되는 건가요?”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망도 잠시, 자신의 품에 아들을 보내주신 하느님의 뜻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 매 주일 오후 4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봉헌되는 필리핀 공동체 미사에 참례하기 시작했다. 왜관수도원 필리핀 공동체 담당 현익현(바르톨로메오) 신부와 공동체의 기도 속에 2019년 제우스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뿐, 눈 앞에 펼쳐지는 경제적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하지만, 미등록외국인인 탓에 최저임금 수준조차 받을 수 없다. 적은 월급으로 월세에 공과금, 생활비도 빠듯한데, 고향 가족들의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한다. 아들 보육비는 더 큰 문제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국가의 도움 없이 비싼 비용을 들여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 밤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어, 아이돌보미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아들 제우스라도 건강하면 좋으련만…. 영양 부족 때문인지 잔병치레가 심하고, 한국 나이로 4살인데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 언어치료가 시급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들과 함께 사는 집도 문제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 해충이 끊임없이 돌아다녀, 과자 부스러기라도 흘리는 날에는 밤새 잠을 못 잔다.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어, 메안씨는 미안한 마음으로 매일 아들에게 “하느님께서 항상 너를 지켜주신다”며 묵주를 목에 걸어준다.

엎친 데 덮쳐 몇 달 전에는 고향의 아버지마저 코로나19로 잃었다. 메안씨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매일 눈물이 마르지 않지만, 책임감으로 고통의 나날을 견디고 있다.

기도만으로는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들을 보며 정신을 차린다. “아이에게만큼은 절망 대신 희망을 물려주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2년 3월 9일(수)~2022년 3월 29(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