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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29) 친구 없어 성당 가기 싫다는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요?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2-03-07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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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에 속해 규칙적으로 하는 활동
또래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

미사 후 성당에 머무는 여유 가질 때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시간 되기도

일정기간 서로 부대끼며 관계 맺는
캠프나 피정 참여하도록 이끌어줘야

“수줍음이 많은 편이지만 단짝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있습니다. 학교와 학원에서는 단짝 친구들이 있는데 성당에는 친한 친구가 없어요. 얼굴만 아는 아이들이 있기는 한데 친하게 여기는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성당을 재미없어하는 저희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자녀가 성당이 재미없다고, 성당에 가기 싫다고 한다면 부모는 그 이야기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는 성당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에 어려움이 있거나, 성당 친구와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대인관계이론으로 유명한 정신의학자 해리 설리번은 아동기와 청소년 전기에 이르면 단짝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갖게 되며, 단짝과 서로 신의와 충실함을 바탕으로 우정을 나눌 때 큰 만족과 안정감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 성당에 친구가 없어 가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친한 친구가 없는 성당에서 아이는 만족과 안정감을 갖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신도 신학자이자 교육학 교수인 제프리 캐스터 박사는 한 아이가 깊은 신앙을 갖는데 공통적으로 거치는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1단계는 성당 공동체에 초대되어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때 친구들과 재미와 의미가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단짝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관계를 넓혀 나갑니다. 2단계는 친구들과 함께 교리를 배우고 교회 가르침에 익숙해지는 것이며, 3단계는 교회 공동체의 삶에 젖어들며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회심의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단계로 미루어볼 때, 성당에서 친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하느님을 알게 되는 하나의 관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녀가 신앙 안에서 성숙해지길 바란다면 부모는 먼저 자녀가 성당 친구를 잘 사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다음은 성당에서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팁입니다.

첫째, 성당의 조직(단체)이나 활동을 활용하십시오. 성당에는 첫영성체 교리반, 주일학교, 전례부, 성가대, 복사단을 비롯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는 여러 단체가 있습니다. 이런 조직(단체)에 소속되어 규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이가 사제, 수도자, 교리교사의 동반을 받고 또래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아이들은 함께 활동하며 같은 경험으로 공감대를 갖는 친구그룹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자신과 마음이 딱 맞는 단짝을 만들 기회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둘째, 때로는 부모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다른 부모들과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미사나 주일학교가 끝난 후에 바로 집으로 향하지 말고 딱 10분만 부모들끼리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를 가져보십시오. 성당에 조금 더 머무르는 기회가 생겼을 때, 아이들은 비공식적인 시간 안에서 더욱 자유롭게 또래놀이를 즐기고 서로를 개방합니다. 다른 부모들과 함께 아이들이 같이 먹고 같이 놀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은 부모가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고, 부모 스스로도 노력해야하는 일임을 잘 압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부모의 의도적인 노력으로 아이가 단짝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셋째, 아이들끼리의 집중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락인(Lock-in)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친구가 없는 아이가 캠프나 피정 같은 시간에 참여할 때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일정기간 서로 부대끼며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는 환경 안에서 아이들은 잠시 만났다가 다시 헤어지는 정규모임에서보다 더 금세 친구가 됩니다. 이미 하느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친구들이 내 아이를 하느님께로 끌어줄 거라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하느님의 환경 안에서 아이들은 매우 좋은 우정을 맺고 긍정적인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도요.

이 같은 노력으로 단짝친구가 생겼다고 부모의 역할이 끝은 아닙니다. 자녀가 친구들에 대해 하는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이며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는 누군지,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혹시 갈등이나 다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핀다면 성당에서 자녀가 친구 관계를 맺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힌트를 얻게 될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함께 걷는 사람입니다. 자녀에겐 이 여정을 격려해주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도와줄 부모도 필요하지만, 이 여정을 신나게 걸어 나가기 위해서는 티키타카(tiqui-taca)할 친구가 필요합니다. 자녀가 신앙 안에서 외로운 길을 가지 않도록 성당의 단짝친구를 만들어 주십시오.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