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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교회는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3-07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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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뛰어넘어 ‘열린 교회’ 실현하는 매개체 될까?
세대와 공간의 제약 초월하고
선교 적극 활용하는 노력 필요

해미국제성지에 설치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 등을 구현한 AR 포토존. 서산문화재단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공간적 제약을 넘어 가상공간에서 현실과 같은 생활을 이어가는 ‘메타버스’(Metaverse)가 화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목에 관심을 기울여 온 교회 또한 기존 비대면 활동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교회 안에서 우리는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알아본다.

■ 메타버스란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영단어 ‘Meta’와 세계를 뜻하는 ‘Universe’가 합쳐져 탄생한 용어다.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2000년대 3D 지도 서비스 구글 어스(Google earth), 3D 가상세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등이 등장하면서 3D 웹(Web)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회·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새로운 미래 공간으로서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를 쉽게 이해하려면 온라인 게임을 생각하면 된다. 이용자들이 게임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곳에서 구현된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는 것은 메타버스의 기초적인 형태다.

메타버스는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메타버스에서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 사업자들이 시장을 만들어 이용자가 아이템 등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이를 디지털화폐로 거래하는 사업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는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대체 불가능 토큰인 NFT(Non-Fungible Token)에 주목, 지난해 디지털 아트 수집가를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설했다. 소더비는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7000만 달러 이상의 디지털 아트와 NFT를 판매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고 사업 구조도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융합한 메타버스 관련 사업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타 CEO 마크 주커버그는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이 인터넷 콘텐츠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메타버스는 공공장소 같은 온라인 공간이자 사람들이 공동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든 곳이 될 것”이라 공언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네이버와 SK텔레콤은 각각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이프랜드’를 출시했다. 서강대학교(총장 심종혁 루카 신부)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을 개설, 국내 메타버스 산업 기관과 연계한 인재 양성에 힘쓸 뜻을 밝혔다. 국내 메타버스 산업 관련 민간 기업들이 모여 만든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K-META)도 지난해 공식 출범했다.

■ 가톨릭교회 속 메타버스

가톨릭교회도 코로나19 팬데믹 속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바티칸박물관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VR로 구현한 박물관 관람 투어는 메타버스 활동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작은 사례였다.

한국교회도 이러한 시도를 이미 시작했다. 해미국제성지(전담 한광석 마리아 요셉 신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충남 서산문화재단과 함께 성지 건물 1층에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 등을 구현한 AR 포토존을 설치했다. 기초적 메타버스 형태인 이 포토존은 해미국제성지가 교황청으로부터 국제성지로 승인받은 것을 기념해 설치했다. 성지를 방문한 이들은 휴대전화에 무료 앱 ‘해미GO’를 내려받아 이 포토존을 비추면 구현된 화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신입생 대상 교리 및 인성 교양수업인 ‘성찰과 성장’을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활용해 진행했다. 수강생 중 30%가 메타버스 수업에 참석하는 호응을 보였다. ‘성찰과 성장’ 수업을 담당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장 전찬용(요한 보스코) 신부는 “메타버스 속 ‘부캐’(부가적인 캐릭터)로 익명성이 보장되고, 학생들이 자신을 더 폭넓게 표현할 수 있어 수업 중에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열었다”며 “학생들의 긍정적 반응도 많은 만큼 올해는 메타버스 수업반을 확대할 계획”이라 말했다.

올해 8월 15~19일 열리는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Seoul SIGNIS World Congress 2022, 위원장 한승수 다니엘)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펼쳐진다. 온·오프라인으로 함께 진행되는 이번 총회에서는 메타버스에서

교회 내 자선기관들과 연계해 자선기금을 모금하는 ‘평화관,’ 각 나라와 지역별 가톨릭 콘텐츠 전시와 총회를 진행할 ‘총회관,’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담당 원종현 야고보 신부)를 3D로 구현한 ‘성지 순례관’ 등이 만들어진다. 참석자들은 총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접속해 각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한승수 위원장은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리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현재 총회를 위해 전용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총회가 끝나도 메타버스 공간을 유지할 방안도 구상 중”이라 밝혔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진행한 서강대학교 인성교육센터 교양수업 ‘성장과 성찰’.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구현될 메타버스 성당 가상도.

■ 메타버스 시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열린 공간이자, 복음 선포의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김민수(이냐시오) 신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메타버스는 신자들이 연령에 상관없이 자신이 상상하는 캐릭터를 꾸미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며 “세대와 공간의 한계를 넘어 열린 교회로 도약할 수 있는 선교를 위한 활용가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위원

박정아 수녀(율리아·성 바오로 딸 수도회)도 “메타버스는 앞으로 교회의 주축이 될 MZ세대의 흥미를 일으키고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가는’ 교회를 이루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는 교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작용이나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메타버스 속 현실과 실제 현실과의 괴리, 기존 대면 위주의 전례형식과 대비되는 데서 오는 충돌도 예측할 수 있다. 김 신부는 “특히 메타버스로 진행하는 미사 전례의 형태를 교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비복음적인 부작용이 생겨난다면 교회는 이를 바로잡고 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수녀는 “메타버스도 온라인에서처럼 익명성에서 오는 범죄, 디지털 상황에서 불완전한 부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교회가 이 같은 빛과 그림자를 모두 조명하고, 신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잡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