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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말뚝복사 할아버지들의 고뇌

홍민선(피델레스·인천교구 만수6동본당)
입력일 2022-03-07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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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립 22년이 된 인천 만수6동본당이 신설되던 첫해에는 남동장애인복지관 대강당을 임대해 주일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다. 차츰 신립금이 쌓이면서 터를 마련하고 조립식 성당을 완성하고부터는 평일미사 복사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신자들은 많지만 서로 못하겠다고 사양했기에 주임신부님이 점심을 대접하고,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20여 분의 신심 깊은 할아버지들을 선발했다.

드디어 4월 첫 토요일 낮미사가 시작됐다. 밤새 잠을 못 이룬 두 할아버지가 복사옷을 입고 신부님과 함께 제단에 올랐다. 할아버지들은 “잘해야지, 예수님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기도로 시작된 미사는 성찬의 전례 때 그만 문제가 생기고야 말았다.

사제가 성체를 거양할 때 종을 치는지 내릴 때 치는지 그동안 ‘딸딸’ 외웠던 순서가 바뀌어, 올리는 순간을 놓치고 내리기 전에 “덩!” 하고 종을 치고 말았다. 기도하던 신자들도 놀라고 신부님도 당황하자, 자신도 모르게 또 “덩!” 하고 치고 스스로 놀랐다. 그 후부터는 미사가 어떻게 끝났는지 등에 진땀이 흐르고 눈앞이 캄캄해진 채 제의실로 따라 들어갔다.

신부님은 할아버지들의 두 손을 잡아주며 고생 많으셨다고 위로하셨다. 그러나 같이 복사 교리를 받았던 분들이 성당 마당에 모여서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종복사를 처음 맡았던 베드로 할아버지는 화끈거리는 마음에 집으로 달려가서 울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차례가 아닌 날인데도 베드로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베드로씨, 제가 할머니 병원에 같이 갈 일이 생겼어요. 내일 복사 좀 부탁해요!”

“할 수 없죠, 치료 잘 받고 오세요!” 하고는, 베드로 할아버지는 목욕하고 양복 입고 또 성당에 미리 가서 장궤틀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제의실로 들어가자 신부님은 반가운 미소로 “오늘은 더 나아지실 거예요!”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시작성가가 흐르고 사제와 함께 제대 앞으로 입장하셨다. 그제서야 신자들의 모습이 보이고 눈부신 조명 아래 사제의 표정이 보였다고 한다.

그날은 거양성체하기 전 맞은 편 바오로 할아버지의 사인에 맞춰 종을 쳤다. 맞았다. 정확하게 미사 절정의 순간에 협력하였다. 모두들 경건하게 성체를 영하고 돌아가는 신자들이 보였다. 지난 주일에 겪었던 그 당황스러운 마음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우리는 아무 고민 없이 미사시간에 찾아가서 기도하고 영성체 할 수 있지만, 미사 한 대가 봉헌되기까지 성가대원들, 반주 봉사자, 전례 해설자, 독서자에 이르기까지 정성과 긴장이 집합하여 아름다운 성찬례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은 신부님이 다녀가시고 베드로, 바오로 할아버지의 후임 복사 어르신들이 새벽미사, 낮미사를 책임지고 있기에 은총은 풍부해지고 신앙은 결속되어졌다.

나는 오늘도 미사가 끝나고 감사기도를 마치고 들어가시는 복사 어르신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홍민선(피델레스·인천교구 만수6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