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탱 길르랑 신부 지음/이상현 옮김/248쪽/1만5000원/생활성서사 주님과 만나는 고요함… 우리의 침묵에는 평화가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고 고독을 기도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카르투시오회 수도자 단상 엮어 복잡한 현대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봉쇄수도원이 전하는 고요한 울림
침묵과 고독의 삶을 살았던 봉쇄수도원 수도자가 지금의 우리에게 보낸 이 편지들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본인을 내려놓고 하느님과 오롯이 일치하려는 그 고백 한 장 한 장이 세상의 숱한 소음으로 괴로워하는 우리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의 침묵은 죽음의 침묵이 아닙니다. 우리의 침묵은 성소의 거룩한 평화이고, 우리의 작은 수가(收家)는 우리 영혼처럼 어떤 분이 차지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시간을 잡고 계시며,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하십니다.” 평생을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 살아간 길르랑 신부의 시각은 세상의 시각과는 좀 다르다. 남과 비교하거나 남을 향한 경쟁이나 시기, 질투가 아니라 내적 수행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리고는 약함이나 부족함에서 무한한 능력과 겸손을 발견한다. 또 일상의 사소한 것들은 곧 지나갈 것들이며,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는 ‘사랑의 하느님’을 바라보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상에서 오는 사소한 일들로 인해 마음이 너무 산란해지지 않게 하십시오. 영혼이 지닌 위대함에는 덧없는 모든 산란함을 넘어서게 하는 능력이 있으며, 그저 지나가는 무상한 것을 통해서도 영원한 것에 손을 뻗어 닿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나 상황은 단지 수단에 불과합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추천사에서 “신부님의 편지가 오늘 우리의 마음 밭에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씨앗이 돼 하나하나 뿌려진다”며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고 동화돼 고요와 평화 안에 머무르는 길을 열어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책이 침묵의 고요 속에 머무르는 한 수도승을 만나고, 그 수도승과 함께 조금 더 깊은 영성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에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