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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신앙을 배우는 학교에 졸업식이 있나? / 안봉환 신부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 (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
입력일 2022-02-28 수정일 2022-03-02 발행일 2022-03-06 제 328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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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저희 반이 곧 졸업할 때가 되었네요. 저희 반은 지금까지 한 번도 교리에 빠지지 않고 개근했어요!”

하느님의 선물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선물인 세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세례성사를 통해 예비자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기쁜가!

본당에 부임하자마자 코로나19 상황에서 예비신자 교육, 쉬고 있는 교우 권면, 전·출입 교우를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오랜 시간에 걸쳐 교육분과 및 선교분과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아 본당 복음 선교 매뉴얼을 만들었다. 먼저 예비신자의 교육 기간을 8개월 과정으로 정하고, 본당 신부들과 수도자들을 포함하여 교리신학원 출신의 교리교사들이 예비신자반을 맡아 교육하기로 했다. 예비신자들은 공휴일이나 쉬는 날이면 꼭 보충수업을 받았고 주일미사마다 성가대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가끔 농담 섞인 진담으로 주일미사에 한 번이라도 빠지면 세례를 받지 못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보통 본당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과 부활 대축일에 맞춰 세례를 주기 위해 단체로 예비신자를 모집하여 6개월 기간 전후로 교리교육을 해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 예비신자 단체 모집은 무척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모집하더라도 교리를 제대로 가르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방역지침이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상황에 적응된 방식, 곧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적 모임이 4인까지 가능한 경우 한 반을 3명, 6인까지 가능한 경우 5명을 한 반으로 꾸리기로 했다.

교사들은 주임 신부에게 각 반의 첫 수업에 들어가 천주교에 대한 각종 오해와 편견을 없애주고 세례받기 전 두 차례 수업에 들어가 그동안 배운 교리를 종합해 달라고 건의했다. 또 예비신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봉사팀도 만들기로 했다. 주간 평일에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미리 준비한 복음 구절과 신앙생활에 유익한 메시지를 예비신자들에게 전해주는 봉사자, 교리 전후로 도와주는 봉사자, 주일 미사마다 예비신자를 환영하는 봉사자들을 구성하여 그들이 세례 받을 때까지 도와주기로 했다.

다른 한편, 쉬고 있는 교우의 권면과 전출입 교우에게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주간 평일 오전과 오후에 복음 구절과 신앙생활에 유익한 메시지를 자주 날려주는 봉사자들을 가동하기로 했다. 매뉴얼을 만들어 진행하는 가운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점검하는 일은 마냥 수월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뜨거운 열성을 보였던 교사들의 불만도 늘어만 갔다. 역설적이게도 예비신자 수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는 인근 본당을 찾아갔더니 코로나19 상황으로 교리반이 없다고 해서 주보를 보고 온 이들, 주임 신부가 직접 교리를 가르친다는 것을 소개받아 온 이들, 다른 종교에 실망하고 찾아온 이들, 제 발로 찾아온 이들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1명을 위해 매주 방문 교리를 한 교사, 2명, 4명 또는 6명을 각각 한 반으로 맡아 교리를 가르친 교사들의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시편 126,5)

지난달에는 7명의 예비신자에게 세례를 주었는데, 이달에도 7명의 예비신자가 세례식을 기다리고 있다. 한 해 동안 26명의 예비신자들은 그들만의 졸업식을 치렀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잠시 신앙생활을 접어두고 쉬는 신앙인들이 적지 않은 이 판국에, 신앙을 배우는 학교에는 졸업식이 없다는 것을 예비신자들은 제대로 알기나 할까.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 (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