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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획] 다양한 사회 이슈에 관한 교회의 입장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2-22 수정일 2022-02-22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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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와 생명 보호하고, 참평화 추구하는 지도자 절실
국민들의 삶의 질 높이고
공동선 증진으로 나아가는
정치 지도자 필요한 시점

<게재순서>

1. 정치와 선거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2. 다양한 사회 이슈에 관한 교회의 입장

3. 그리스도인의 선택 - 주교회의 대선 정책 질의서 답변 해설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인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이후 사회 구조의 전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놓여있기 때문에 더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교회 역시 세상 전체의 구원을 위해 정치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그리스도인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 주교회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자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오늘날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입장들이 어떠한지 알아본다.

■ 20대 대선과 교회

“역대급 비호감 선거다.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선거다.”

이번 20대 대선을 앞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이런 상황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9일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추문,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진 한국의 중요한 대통령 선거’를 제목으로 “차악을 뽑는 선거가 됐다”고 보도했다.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이성훈(안셀모) 특임교수는 “대선 후보들의 행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시대정신에 누가 더 가까운지 엄중하게 바라보고 우리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곧 ‘생태대로의 전환’, ‘평화’, ‘인권’ 등 시대의 징표를 잘 해석하고 일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코로나19로 불평등이 가속화돼 계층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신자들은 교회 가르침에 따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가 경제에 종속되거나, 경제가 효율 중심의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모든 형제들」 177항)고 지적했다. 또 교회는 “정치생활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간추린 사회교리」 384항)이라고 명확히 밝힌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안드레아) 신부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는 경제적으로 양적인 팽창에 주목하면서 시장 앞에 굴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선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치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교회는 생명의 존엄성과 생태계 회복,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계층 간 불평등 해소, 평화의 가치를 중심에 두며 정치 지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 10월 16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장 신상현 수사가 낙태죄 관련 정부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생명, 그 어떤 생명권도 침해할 수 없어… 핵발전 대신 재생에너지 보급해야

■ 생명

정부는 2020년 10월 입법 예고한 낙태죄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의해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유주성(블라시오) 신부는 “인간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교회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경제적 측면에만 집중해 공약들을 내놓는 후보들의 반생명적인 입장을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소중함을 인식해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그리스도인들의 요구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교회는 생명의 존엄성 입장에서 사형제도 폐지도 적극 찬성하며 지속적으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권은 보장돼야 하며 이를 국가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인간 생명뿐 아니라 지구의 생명, 곧 생태계 회복에 대한 교회 입장도 뚜렷하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백종연(바오로) 신부는 “생태계 위기가 심각한데 그 중대성에 비해 후보들의 언급이나 관심, 이해도가 부족한 것을 본다”며 “생태계 문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신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와 탄소중립 관련 논의를 빨리 서둘러야 하고,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회는 핵무기뿐 아니라 핵발전 자체를 생태적 불의로 간주하며 핵발전소 폐기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0년 6월 3일 열린 제29회 무주택자의 날 행사에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충열 신부(앞줄 맨 왼쪽)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주거권 보장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인권, 가난한 이와 장애인과 아동과 청소년 보호하는 현실적 대안 필요

■ 인권

코로나19로 인해 계급 간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교회는 약한 고리부터 먼저 끊기는 상황을 우려하고 인권적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

이번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 중 하나가 부동산 관련 공약이다.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불러온 현 정부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앞다투어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교회는 이에 대해 인권적 차원에서 방향을 제시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권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우선적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나충열(요셉) 신부는 “집은 사람이 ‘사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목적으로 ‘사는 것’으로 의미가 변질된 지 오래됐다”며 “지금 당장 거처할 공간마저 없는 주거취약계층도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후보자들이 이들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지 잘 살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지역사회 지원체계 부족 등 심각한 현실을 무시하고 중증발달장애인이나 최중증장애인의 돌봄과 보호의 책임을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전가하는 점을 우려해 ‘주거시설의 다양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한다. 또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상황에서 장기요양 등 돌봄이 필요한 이용자가 가정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돌봄종사자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서도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한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문제에 따른 친권 제한 및 상실 보완책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고, 아동 성착취 및 성폭력 관련 법규의 강화를 주장한다.

특히 교회는 청년 실업 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화두임을 직시하며 지역 활성화 도모와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청년 일자리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는 “세대 간 경쟁구도로만 몰아가지 말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먹고 사는 문제에 가로막혀 있는 청년들에게 지역사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고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정책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사제·수도자들이 2020년 9월 21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팻말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평화, 무력으로 균형 이뤄지지 않아… 긴장 관계 해소하는 평화적 대안 요청

■ 평화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국방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는 정책을 내고 있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전쟁을 반대하며 군비 경쟁에 있어서도 비판적 기조를 유지한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강주석(베드로) 신부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자극적인 언사로 군비 경쟁과 군사적 해법만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국방비는 10년 단위로 약 2배씩 늘려 놓고 있지만, 군사비 증액이 안보 환경을 개선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동북아에서의 군비 경쟁은 다시 인류를 갈라놓을 수 있는 신냉전을 가속화시키고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결코 무력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성 요한 23세 교황님의 가르침을 더욱 절실히 실천해야 할 때”라며 “군비를 강화할수록 안보 환경이 악화되는 ‘안보 딜레마’를 벗어나서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의 기도와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