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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캠페인, 첫 결실 3년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02-22 수정일 2022-02-22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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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현실에서 꿈을 되찾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실질적 생계 부담 덜어주고
경제적 자립에도 큰 밑거름

생명 지킨 선택 지지하며
심리적인 안정감도 지원

“힘든 순간에 사랑 주는 곳”
간접 선교의 장이 되기도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캠페인을 통해 후원 받은 미혼부·모자 가정의 최근 모습들. 이들은 후원을 통해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데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2019년 1월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캠페인 첫 후원금이 전달된 지 3년여가 흘렀다. 지난해까지 미혼부·모 80명(중복 6명 포함)과 기관 1곳(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이 후원 받았고, 최근에도 23명이 제7기 후원 대상자로 선정돼 1월부터 매달 50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렇게 캠페인을 통해 지원받은 미혼부·모들 삶에는 어떠한 변화들이 있었을까. 캠페인이 이들 가정에 어떤 도움이 됐을까. 지난 3년간 지원받은 미혼부·모들에게 그 현황을 알아봤다.

#3년 전 이OO(28)씨는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꿈꾸던 보육교사로 취업했지만 처음이라 미숙했고, “니 애는 놔두고 남의 애 키우느냐”는 핀잔 등이 이씨를 힘들게 했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다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 이씨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아이와 생활했다. 식비며 통신비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지만, 경제적 불안감은 늘 이씨를 괴롭혔다. 그러던 중 이씨는 한 수녀님의 추천으로 2년간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캠페인 후원금을 받았다.

매달 들어오는 50만 원으로 이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고 새 직장도 얻을 수 있었다. 가끔은 아이와 외식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경제적·심적으로 안정감을 준 지원에 대해 이씨는 “삶에서 꿈을 되찾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며 “전과 다른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감도 얻어 다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이OO(29)씨는 원하는 만큼 아이의 재활치료를 할 수 없었다. 병원비가 너무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는 2019년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캠페인 후원금을 받으며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이를 치료할 수 있었다. 지원 기간 동안에는 언어 치료 횟수도 늘릴 수 있었다. 그렇게 치료하면서 아들에게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도 들었다. 이씨는 “적은 돈도 남을 위해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얼굴 한 번 안 본 사람들을 위해 후원해 준 분들에게 참 감사하다”며 “받은 만큼 꼭 돌려주면서 살고 싶다”고 전했다.

■ 경제적으로 큰 도움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캠페인이 미혼부·모자 가정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캠페인을 통해 지원받은 미혼부·모 74명 중 연락이 닿은 미혼부·모 20여 명은 한목소리로 후원이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1년간 매달 50만 원, 경우에 따라 더 오랜 기간 이뤄지는 이 지원은 이들 가정에 생활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 실제적인 부담을 덜어 주고 경제적 자립에도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들은 후원금을 자신과 자녀를 위한 물품 구매, 질병 치료, 학업·취업 준비 등에 사용했다. 일자리가 있는 부·모들은 지원금을 차곡차곡 모아 보금자리 마련에 쓰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지원받은 신OO(22)씨는 “학교를 다니며 아이 돌봄비와 부모 상담비, 학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후원금이 없었다면 아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심리적 안정감 제공

이 캠페인은 미혼부·모와 자녀들의 가정에 심리적인 안정감도 제공하고 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생명을 지킨 미혼부·모들을 돕기 위한 이 후원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며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제3기 후원 대상자인 송OO(27)씨는 “후원을 통해 내가 사랑받는 존재임을 깊이 느꼈다”면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데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현재 지원받고 있는 3살 아이 엄마 이OO씨도 “막막한 현실 앞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며 “도와주신 그 마음들 덕분에 오늘도 힘을 내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책도 읽어 주고 웃고 포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하루하루 무탈하고 평온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많은 분의 따스한 손길과 온정, 기도 때문임을 늘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복음 실천과 간접선교

캠페인은 간접선교의 장이 되고 있다. 지원받은 이들이 전에는 무관심했던 가톨릭교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제4기 후원 대상자인 김O0(30)씨는 “성당은 기도하거나 먹을 것을 주는 곳 정도로 생각했는데, 힘든 순간 사랑과 도움을 주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두 돌이 지난 딸아이 엄마 양OO(35)씨도 “집에서조차 ‘호적을 파라’며 외면해 죽을 생각까지 했는데, 그런 저를 받아 주고 도와줬다”며 “제일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OO(29)씨는 “성당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아져, 아이가 더 크면 성당에 다닐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문화 모자 가정 자립 쉼터 ‘사랑의 집’ 김형미(소피아) 쉼터장은 “국적을 떠나 생명을 품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생명을 경시해선 안 된다는 주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생명 사랑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

미혼부모기금위원회 위원장 이동익(레미지오) 신부는 이 캠페인에 대해 “생명 존엄성 수호, 생명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교회의 구체적인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별히 이 신부는 “생명에 대한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자들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생명을 지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활동”이라고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신부는 법, 정책이 태아 생명을 보호하고 있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며 “어떻게 하면 생명을 보호하고 살리고, 생명이 흘러넘치는 사회로 갈 수 있을지 정책 관계자들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부모 후원회 박윤자(안젤라) 회장은 코로나로 홍보와 후원자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피력했다. “후원자 분들이 후원금을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늘 보람을 느끼고 가슴이 벅찹니다. 하느님의 선물, 축복인 생명을 살리려고 하는 이 일에는 누구나, 언제든 함께할 수 있습니다.”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캠페인’은?>

2018년 11월부터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디오니시오 신부)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사장 조정래 시몬 신부)과 공동 진행 중인 미혼부·모 인식 개선, 생명 존중 문화 확산 활동이다.

매년 두 차례 도움이 필요한 미혼부·모들을 선발해, 1년간(연장 가능) 한 달에 5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올 1월까지 성금 12억1135만9758원(지원금 포함)이 모였다. 후원 참여로 누구나 미혼부모 후원회 회원이 될 수 있다.

※문의 02-727-2367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303-571860 예금주 (재)천주교서울대교구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