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진정으로 착한 사마리아인 / 박지순 기자

박지순 시몬 기자
입력일 2022-02-22 수정일 2022-02-22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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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성경 말씀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37)일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는 길에 사제도, 레위인도 외면하고 지나쳤지만 사마리아인만은 강도를 만난 이의 상처를 치료하고 돌봤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이 말은 예수님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율법 교사에게 들려준 뒤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다. 신자라면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마음으로는 알지만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라는 예수님 명령을 삶 안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의정부시 가능동 ‘착한사마리아인의집’을 찾아가 그곳에서 이주민과 난민을 돌보는 인보성체수도회 김보현(로사) 수녀와 진은희(엘리사벳) 수녀를 처음 만난 순간 받은 느낌은 충격과 성화(聖化)였다. ‘착한사마리아인의집’ 근처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비어 있는 집이 군데군데 있을 만큼 우리 사회 가장 낮은 자들이 머물러 살고 있다.

두 수녀는 자신들과 이주민·난민 사이에 놓여 있을지 모르는 ‘벽’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수도복을 입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누가 되었든지 존경하라’는 인보성체수도회 설립자 윤을수(라우렌시오) 신부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르겠다는 정신의 표현이면서 진정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로 보였다.

신자 모두가 두 수녀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착한사마리아인의집을 보면서 성화로 나아갈 수는 있다.

박지순 시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