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랑의 담금질」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2-02-15 수정일 2022-02-15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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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지음/최효선 옮김/368쪽/1만9000원/기쁜소식

“그대에겐 사랑의 따뜻함이 있나요?”
호세마리아 성인의 금언집
평범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하느님의 현존 강조하며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도록 도와
“그대에게는 사랑의 따뜻함이 전혀 없습니다. 그대는 그대 사람들을 항상 눈밖에 내치면서 바깥사람들이 걱정된다고 떠들어댑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지적한다면 뜨끔하지 않을 자신 있는가? 진실로 중요한 가치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평범한 이들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1902~1975) 성인은 「사랑의 담금질」에서 하느님의 현존은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오푸스 데이(Opus Dei) 성직자치단의 창립자이기도 한 호세마리아 성인의 금언(金言)집이다. 제목처럼 많은 이들의 영혼이 영적 독서와 묵상을 통해 거룩한 하느님의 사랑으로 불타도록 이끌어준다. 총 13장, 1055항으로 이뤄진 내용 속에는 일상 속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들이 담겨 있다. 물론 모든 순간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도록 돕는 거룩하고 그리스도적인 방법들이다.

먼저 성인은 당연하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하느님에 대해 상기시켜준다. 이어 부모와 스승, 사도직에 대한 열망, 노동뿐 아니라 가난과 역경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가 사랑받고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성인은 ‘겸손해야 한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기도해야 한다’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그 안에는 사랑도 담겨있어 단순히 듣고 흘리게 되는 잔소리로 여겨지지 않는다.

“안에서 끓어오르는 자부심(교만)을 느껴 자신을 슈퍼맨으로 여길 때, ‘아니야!’하고 소리칠 때가 온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그대는 오류를 범하면서도 선행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선한 하느님 아들이 누리는 기쁨을 맛볼 것입니다.”(1054항)

그는 또 여성이 지닌 부드러운 힘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성인은 “여성은 큰 힘을, 드러나지 않도록 특별한 부드러움 속에 그 힘을 감싸고 있다”며 “그 힘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하느님의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하느님께서는 그대(여성)의 도움에 의지하고 계신다”고도 격려한다.

오푸스 데이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몇 년 전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단체다. 소설에서는 예수와 마리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고 육체적 고행을 즐기는 비밀결사체로 그려졌지만 이는 실제와 다른 부분이다.

성인은 1902년 스페인 북부 바르바스트로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굳은 신앙과 덕행이 몸에 배어있었으며 기도와 성사생활에도 충실했다. 1925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1927년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마드리드로 가서는 도시 변두리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도직 활동, 특히 노동자들과 전문 직업인들, 대학생들을 위한 사도직 활동에 힘을 쏟았다.

사도직 활동을 하며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의 사람이 그리스도를 따르며 ‘일상을 통해 거룩함을 추구하도록 부름 받았다’는 메시지를 전한 성인은 1928년 10월 2일 오푸스 데이를 창립했다. 책에는 이를 확신하고 평생에 걸쳐 증거했던 성인의 핵심 영성이 담겨있다.

성인은 1975년 로마의 집무실에서 향년 73세로 선종했으며, 그가 선종하자 많은 이들이 그의 시복시성을 청했다. 그는 1992년 시복됐으며, 200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됐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