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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25) 아이와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8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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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저는 모태신앙이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기도하는 법을 잘 모르겠고, 소리 내어 다른 사람들과 기도하는 것이 쑥스럽기도 해요. 얼마 전 미루고 미루던 6살 딸아이의 유아세례가 있었는데요, 이걸 계기로 매일 아이와 함께 기도하고 싶어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저의 작은 친구, 안젤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안젤라는 제가 사목했던 한 본당에서 만난 2살짜리 친구입니다. 본당에 머물렀던 5년 동안 엄마와 함께 교중미사에 참례하는 안젤라를 보는 것은 본당신부로서의 기쁨이었습니다. 어른들의 성가 소리 사이로 음률도 없이 열창하던 안젤라의 어설픈 성가 소리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찬미였고, 부모의 초대로 기도손을 하고 제대를 응시하는 눈빛은 누구보다 빛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씩씩하게 성전을 향하던 안젤라가 엄마의 등에 업혀 성당에 왔습니다. 안젤라 엄마는 “신부님, 안젤라가 아파요. 기도해주세요”하고 기도를 청해왔고 저는 안젤라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머리를 향해 손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엄마에게 업혀있던 안젤라는 십자 모양으로 두 손을 가슴에 모았습니다. 영성체 때 축복을 받던 그 모습으로 말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기도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며 자녀와 함께 기도하는 것을 자신 없어 하곤 합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것을 너무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도는 우리 친구 하느님과 말을 주고받는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만남이 어떠한 공식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 기도에도 특별한 공식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의 언어로 하느님께 말을 건네면 하느님은 당신의 신비로운 언어, 즉 마음의 언어로 응답해주십니다.

안젤라는 기도가 대화이며, 인격적인 관계를 이루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전례 안에서 목소리를 내어 성가를 부르며, 제대와 십자가를 응시하며, 그리고 경건히 두 손을 모으는 것으로 안젤라는 하느님과 즐겨 만나고 있었습니다. 안젤라의 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바로 기도입니다. 안젤라가 이렇게 즐겨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데에는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고 직접 보여준 부모의 영향이 컸습니다.

매주 엄마, 아빠와 함께 드리는 미사 안에서 안젤라는 엄마, 아빠와 함께 찬미하는 기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픈 안젤라에게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주시길 청하는 엄마의 기도를 통해 당신께 청하는 자녀들의 기도를 잊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법을 배우게 되겠지요.

이레네오 성인은 ‘하느님께서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이라 이야기합니다. ‘완전 그 자체’이신 하느님에게는 인간이 바치는 기도가 당신에게는 어떤 보탬이 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는 우리의 구원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기도라는 당신과의 소통 통로를 열어두어 세상에서 부서지고 깨져 상처받은 우리가 당신의 자비와 사랑 앞에서 생명을 얻고 또 얻어서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녀와 함께 기도할 때 너무 경건한 자세나 정제된 언어를 요구하거나 엄격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의 엄격한 태도는 자칫 하느님을 어렵고 두려운 분으로 만들 수 있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기쁨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아이의 마음이 편한 그대로 기쁘게 바치게 하고, 예의는 천천히 가르치는 것이 좋습니다.

기도하기 좋은 때는 가정의 상황에 따라 또는 아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분주한 아침 시간이 부담스럽다면, 굳이 아침을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함께 모여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저녁 시간이 가족이 함께 기도드리기에는 좋습니다. 하루 중 언제라도 자녀가 일상의 언어 그대로 하느님께 말을 건넬 수 있게 열어줄 수 있다면 그 모든 순간이 바로 기도하기 좋은 때입니다. 단, 좋은 습관은 덕이 되듯이 루틴한 습관을 갖게 도와주십시오.

자전거를 배울 때 스스로 페달을 밟아 나가기까지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듯, 기도도 처음에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는 점차 하느님과의 대화 안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어갈 것입니다. 어린 사무엘이 하느님의 소리를 들었을 때 하느님의 음성임을 알아채고 다시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도왔던 그의 스승 엘리처럼 부모 또한 자녀가 하느님께 민감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시선을 갖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다시 너를 부르거든,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여라.”(사무엘상 3,9)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