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우리 본당 탄소중립] 대전 원신흥동본당(2)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8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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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돌봄은 곧 가난한 이웃 향한 나눔
매월 한 가지 미션 정해
각 가정마다 생태적 실천
노력만큼 기부할 수 있어 

대전 원신흥동본당이 지난해 10월 17일 개최한 ‘기후난민돕기 일일 벼룩시장’에서 신자들이 물품을 고르고 있다. 이날 모인 2040그루(204만 원)의 희망나무는 ‘세 집 살리기’를 통해 모은 기부금과 함께 기후난민을 위해 쓰였다. 대전 원신흥동본당 제공

이스라엘은 이집트 탈출의 체험을 기억함으로써 하느님 자비를 간직한다. 십자가상 제사는 미사 안에서 되풀이됨으로써 구원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의 사건이 된다. ‘세 집 살리기’는 이집트 탈출이나 십자가처럼, 대전 원신흥동본당(주임 이진욱 미카엘 신부) 생태사도직의 ‘원체험’이 됐다.

‘세 집 살리기’는 공동의 집인 지구, 우리 집, 그리고 가난한 이웃 등 세 집을 모두 살려내는 생태적 회개와 실천을 지향한다. 지난해 6월 처음 시작, 반년 조금 넘었지만 매일의 생활 실천 운동으로 자리잡은 이 운동을 통해 원신흥동본당 공동체는 생태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며, 환경을 보살피는 일은 곧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통합적 생태론’의 핵심이다.

‘세 집 살리기’의 원리와 추진 방법은 단순하다. 가정마다 생태적 실천을 통해 공동의 집인 지구 환경을 살리고, 소비주의와 물질주의로부터 벗어나 우리 집을 살리며, 실천의 정성과 가치를 나누어 가난한 이웃들을 살린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가정 단위로 3~10개의 실천 항목을 선택, 실천 계획표를 본당에 제출하고 실천해간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생태환경 문제와 정의, 평화 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실천, 체험에 대한 이해와 느낌 등을 나눔으로써 좀 더 성숙한 가정을 이뤄나간다.

각 항목들에는 의미와 난이도에 따라 1~3그루씩 ‘희망나무’가 주어진다. 그리고 나무 한 그루당 매월 1000원씩을 기부한다. 애쓴 만큼 기부 기회가 주어지고, ‘가난한 집’을 살리는 나눔으로 이어진다. 김귀옥(미카엘라)씨는 “가족들이 함께 실천하고 어려운 가정을 돕는데 봉헌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 이어진 ‘세 집 살리기’에는 총 30개 가정이 참여했고, 본당은 12월부터 세 집 살리기 시즌2를 시작했다. 매월 한 가지 미션을 정해 모든 신자들이 동참하는 방식이다. 첫 미션으로 ‘육식 줄이기’를 실천했다. 난이도가 높은 만큼 한 번의 실천으로 8그루의 희망나무가 주어졌다. 1월 실천 항목은 난방 에너지 줄이기였다.

공동의 집과 가난한 집까지, 세 집을 모두 살리는 운동은 개인과 가정 수준을 넘어 생태적 회개의 영역을 지역 사회로까지 확장했고,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도 이어졌다. 본당은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승수 요셉 신부)가 이끄는 대전 갑천 국가습지 보호지역 지정 촉구 거리미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