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어깨 힘 빼고 / 함상혁 신부

함상혁 프란치스코 신부 (수원교구 공도본당 주임)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9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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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톨릭신문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약간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작년에 글을 쓸 때에는 참 쉽고 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에는 글을 쓰는 것이 좀 어렵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왜 그럴까?’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글을 쓰다 보니 ‘지난번보다는 더 잘해야 된다’라는 생각이 강한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사는 게 참 어렵습니다. 힘 빼고 사는 게 어렵습니다. 보좌신부 때 청년들과 스키장에 갔습니다. 같이 간 청년들이 스키를 가르쳐 주는데 진도가 안 나갑니다. “신부님, 저를 따라서 이렇게 해 보세요. 다리를 A자로 만들고 천천히 내려오시면 돼요.”

말은 쉬운데 잘 안 됩니다. 내려가다가 넘어지고 또 넘어집니다. 넘어지는 것도 힘들어서 쉬고 있는데 어떤 초등학생이 넘어져 있는 제 옆으로 재빨리 내려갑니다. 그냥 내려가면 될 것을 한 번 휙 쳐다보고 내려갑니다. 다시 배워보려고 일어납니다. 청년이 또 가르쳐줍니다. “신부님, 다리를 A자로 만들고 이렇게 해 보세요.” 계속 안 되니까 답답한지 화를 냅니다. “팔에 힘을 좀 빼고 몸에 힘을 빼면 된다니까요!” 힘을 빼면 쉬운데 힘 빼는 게 어렵습니다.

스크린야구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공이 잘 맞지 않습니다. 상대편은 홈런도 치고 있는데 저는 계속 삼진, 병살, 아웃입니다. 공이 잘 안 맞으니 팔에 힘은 점점 들어갑니다. 힘이 들어가니까 공이 잘못 맞으면 너무 아픕니다. 그래도 안타 하나는 쳐야 하니까 더 세게 휘두릅니다.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신부님 어깨 힘 좀 빼고 편하게 치세요, 그럼 잘 맞아요.” 힘을 빼면 쉬운데,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다.

2005년에 서품을 받았으니 이제 17년 차 사제가 되었습니다. 경험이 쌓였으니 사목이 쉬워질 법한데 더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몇 년 전에 패러글라이딩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하는 것이니까 무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보통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 타게 되는데 하늘에 올라가면 이불 위에 올라가 있는 느낌입니다. 참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양탄자를 타고 있는 것 같은데 더 오래 있고 싶습니다. 힘도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2인 1조로 타게 되는데 제 뒤에는 노련한 강사분이 앉아 있습니다. 이 분이 바람 방향에 맞춰서 조종을 잘하기 때문에 저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자연을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강사를 믿지 못하고 혼자 조종을 해 보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힘은 힘대로 들고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사목의 성과도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적도 많았습니다. 내 힘으로 다 해보려고 했던 그 마음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요? 어떤 교우분이 축일 축하 카드에 적어주셨던 글이 생각납니다.

“신부님, 영명축일 축하드립니다. 신부님을 보면 저는 이 말씀이 항상 생각납니다.” 그 말씀은 이것이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는 모든 것이 다 잘 된 것 같습니다. 내 힘을 빼고 하느님의 힘에 의지했기에 안 되는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 힘 빼고 삽시다. 하느님보다 힘센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함상혁 프란치스코 신부 (수원교구 공도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