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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판에 박힌 삶의 위험성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1-26 수정일 2022-01-26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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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일상에 강박 느끼는 이들  
변화를 세속적인 것이라 정죄하며
스스로 가두는 자기학대를 자행

작더라도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변화라는 자극 통해 여유 가져야

매일 변함없이 사는 사람들을 보고 칭찬을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 사는 사람들을 두고 시계같다 혹은 한결같다고 칭찬을 합니다. 심지어 자식들에게 저런 사람을 본받으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변덕스럽다는 둥 끈기가 없다는 둥 핀잔을 줍니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가 아니어서, 이런 삶은 위험성을 갖습니다. 심리적으로 무기력해질 뿐만 아니라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가끔 집필하러 수도원을 찾습니다. 멀리서 보면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내부의 삶은 단조롭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매일 같은 생활을 하다보면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어제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이렇게 시간이 정지한 느낌이 들 때 심리적으로 어떤 현상이 생기는가? 처음에는 안정감이 생깁니다. 마음이 평안하고 느긋해집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올라옵니다. 나중에는 기도문도 생활도 지겨운 기분마저 듭니다. 그리고 더 문제는 본인을 자책하기 시작합니다. 네가 배불러서 하는 생각이냐부터 시작해 마귀의 유혹에 빠져 그렇다고까지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변화입니다. 작더라도 변화라는 자극을 주면 짜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망상도 사라집니다. 같은 책을 보는 게 지겨우면 다른 책을 보고, 사는 곳이 지겨우면 바람 쐬러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강박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변화를 세속적인 것이라 정죄하며 스스로를 더 가두는 자기학대를 자행합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스스로 영신수련이라고 합리화합니다. 참으로 미련하고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신앙생활은 마음으로 하는 삶입니다. 따라서 마음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꼰대유머 입니다. 본당 수녀가 마음에 안 들어 늘 타박하는 본당 신부가 있었습니다. “수녀님은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뭡니까?” 수녀는 화가 났지만 수도자가 화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앞으로 더 잘 할게요~”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신부는 한 술 더 떠 “그 이야기는 벌써 스무 번 넘게 들었어요! 뭐 달라지는 게 있어야지!”하며 속을 뒤집어 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가정방문을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성질이 급해서 무단횡단을 하려다 차에 치일 뻔 했습니다. 운전자가 창을 열더니 “야! 이 멍청한 놈아! 죽으려고 환장했냐?”라고 빽 소리치고는 그냥 내뺐습니다. 멍하니 서있는 신부에게 뜬금없이 수녀가 혹시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신부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자, 수녀는 “근데 신부님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잘 알까요?”하곤 휑하니 앞서갔습니다. 그 신부는 제자리에서 두 번이나 똥물을 뒤집어썼습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