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깨어있음」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1-25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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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피어스 신부 지음/박문성 신부 옮김/464쪽/2만2000원/불광출판사 

타종교 가르침서 그리스도교 가치 발견하다
도미니코 수도회의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특별한 영성적 체험을 했다. 캘리포니아의 한 사원에서 스님들과 생활한 적이 있던 피어스 신부는 당시 젊은 승려의 독경을 들으며 그리스도교와 불교라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영성적 교감을 한 것이다.

“다른 영성 전통의 가르침과 수행을 예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았고, 이제는 살아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힌 피어스 신부는 이후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영적인 생각과 지혜를 하나로 묶는 데 관심을 기울이며 종교 간 대화에 천착했다.

「깨어있음」은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통해 내 종교의 가르침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수도자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피어스 신부는 저명한 베트남 승려인 틱낫한 스님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된 불교의 ‘마음챙김’(mindfulness) 수행에 주목한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일상의 매 순간을 생기 넘치고 깊이 있게 사는 것이다. 피어스 신부는 “불교의 마음챙김 수행이 그리스도교 전통의 ‘깨어있음’이 갖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을 돕는다”고 전한다. 온전히 깨어있는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대림 시기의 독서와 전례는 마음을 다해 깨어있는 삶을 촉구하며 마태오복음 역시 “그러니 깨어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라고 가르치며 ‘깨어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피어스 신부는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것, 하느님의 견고한 사랑에서 안식을 얻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이 참으로 갈구하고 바라며 믿는 것”이라며 “그런 사랑을 느끼려면 깨어있는 상태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틱낫한 스님이 가르치는 마음 수행이다.

「깨어있음」은 관대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두 종교가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관대함이기 때문이다. 이어 피어스 신부는 성사, 삼위일체, 은총, 성체, 사랑의 실천, 십자가의 형상 등 그리스도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에 대한 두 종교의 대화를 소개했다.

책을 번역한 박문성 신부(마태오·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총무)는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가 종교 간 대화에서 강조한 관대함과 평정심은 말하기보다 듣는 것에 중점을 두고 외부 자극에 시시때때로 반응하기보다 고요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독자들도 관대함과 평정심으로 책을 다 읽고, 틱낫한 스님처럼 ‘나는 도착했다. 나는 고향에 돌아왔다’라고 외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