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안젤라의 첫영성체와 나의 기도

허돈 베드로 명예기자
입력일 2022-01-25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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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요 며칠간의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쾌청했다. 일흔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과의 만남은 언제나 나를 들뜨게 한다. 평소 성가정으로의 지향을 삶의 지표로 삼았던 나에게, 손녀 안젤라의 첫영성체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를 위해 애쓴 여러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하여, 특히 워킹맘의 바쁜 일상 중에도 자식의 첫영성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딸아이, 그리고 이를 적극 뒷받침해 준 사위가 참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하얀 드레스에 꽃 족두리, 양손으로 촛불을 받쳐들고 제대로 향하는 작은 천사들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의 딸 그리고 손녀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딸들임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시편 91,11) 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의 입김 속으로 성큼 다가서는 안젤라가 그분의 진정한 딸로서 거듭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티 없이 맑은 영혼과 순결한 생각만으로 자신을, 그리고 이 사회를 정화시키는 작은 불쏘시개 역할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것이, 이 하잘것없는 할아비의 마음이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세월을 우리 가족은 그분의 은총과 보살핌 속에서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그분의 영향력은 항상, 그리고 절대적으로 우리의 주위에 머무르고 계신다. 한때 나는 많은 시간을 어둠과 안개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세월을 허비하곤 했다.

그분의 시야를 벗어난 나의 혼탁한 생활은 하느님 심기를 충분히 어지럽히고 있었으나, 자비함과 용서의 샘이신 그분의 관대함으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조찰한 삶을 나름 값지게 이어나가고 있지 아니한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하신 말씀과 같이, 그 빛의 결실인양 손녀 안젤라의 오늘 모습을 보노라면, 하느님의 능하심에 저절로 고개가 떨궈지고 숙연해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자꾸 나의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하느님을 뵈올 날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수많은 인생의 변곡점마다 홀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야 그 누구보다 강하지만, 그보다 두려움이 앞섬은 내가 저질러온 나의 수많은 죄 때문이라 생각한다.

은밀하게 쌓아온 내 탐욕의 바벨탑과 현란하고 달콤한 세상악의 열매는 과거 나의 온전한 영혼을 좀 먹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조차도 인식하지 못한채 어둠을 헤매다가 결국 숨어있는 나를, 하느님은 결코 그냥 보고 계시지만은 않으셨다. 마치 나를 처음부터 보아왔듯이 그분은 항상 나를 찾으셨고, 보호하셨다. 그리고 당신이 쳐놓은 그물을 벗어나지 않게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잡다한 것들에 흔들리는 내 마음은, 오늘도 여전히 요동을 치고 있다.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현실과의 싸움에 가슴은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분께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기에 또다시 마음을 다잡아본다.

하느님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실팍하면서도, 당당한 사랑의 고갱이를 좀 더 튼실하고 굵게 키워야겠다. 그래서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영원한 천상 행복을 생각하고 주님을 그리워하며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소서.”(선종을 위한 기도문 중에서) 나의 기도는 쉼 없는 현재 진행형으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허돈 베드로 명예기자